한국일보

컴퓨터 탐닉 청소년에 권장할 만

2002-05-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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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서바이벌 게이머

정신과 전문의 조만철 박사가 막내아들 조인구군(12)이 가끔 즐기는 페인트볼 게임장에 지난 주말 함께 갔던 경험담을 이렇게 들려준다.
이들 부자가 간 곳은 장소는 레이크 엘시노 인근 사우스 코로나에 소재한 정글 아일랜드(Jungle Island). 일행은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가는 다민족교회 뉴송교회(담임목사 데이빗 깁슨)의 청년부 멤버들이었다.

몇 번 다녀온 아들은 벌써 총을 구입해서 애지중지하고 대부분의 청년들도 총신이 제법 큰 총과 또 물감 총알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들을 소지하고 있었다. 게임필드가 있는 정글 아일랜드에서 물론 게임용 총과 헬멧을 렌트하고 있지만 구입비용(150~1,500달러)이 비교적 저렴하고 성능이 좋으므로 각자 사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물감이 든 총알은 각자 사야하는데 현장에서는 500개들이가 40달러지만 외부에서는 2,000개들이가 40~60달러선이다. 4~5시간 여러 전장터(?)를 누비며 총을 쏘아대면 약 1,000개 정도면 충분하다며 하루종일 실컷 운동하고 스트레스 해소하고 약 55달러 정도를 쓰는 셈이라고 일행들은 말한다.


옷은 페인트볼 총알에 맞으면 더럽혀질 뿐 아니라 아플 수도 있기 때문에 허름하면서도 두터운 긴 팔, 긴 바지 차림이었다. 그러나 맨살을 드러내고 쏟아지는 페인트볼 총알 사이를 그냥 누비는 등치 큰 마초(?)들도 꽤 보였다.

페인트볼 게임은 쉽게 말하면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쟁놀이였다. 단체로 가면 청군, 백군 등의 팀을 만들어 서로 페인트볼을 쏘며 상대방의 진지를 공격, 상징적인 깃발을 쟁탈하는 게임이다. 한 전장터의 크기는 테니스코트 정도이며 이곳에 바위나, 타이어, 나무, 흙, 폐차, 부서진 헬리콥터 등으로 엄호물을 만들어 놓았다.

팀원에 따라 4~5명이 같이 움직이며 협동하여 아군의 희생 없이 적군을 전멸시키는 것이 게임내용. 그 대신 한방이라도 맞으면 손을 들고 게임장 밖으로 퇴장해야 한다. 맞고도 안 맞았다고 버틸 수 있지만 대개는 총알에서 터져 나온 물감 때문에 들킨다. 육상선수처럼 뛰고 쏘고 하기 때문에 한 게임당 20~30분 정도면 녹초가 된다. 숫자가 많을 경우 레퍼리도 있고 경기 시간이 너무 걸리면 팀당 살아남은 대원수를 카운트해서 승패를 가리기도 한다.

실제 전쟁놀이 같아 과격한 면이 있어 보이나 청소년들이 PC방이나 컴퓨터 게임기 앞에서 전쟁게임 하는 것보다는 몇 시간을 땀이 범벅이 되어 뛰니까 육체적 건강에 도움이 되고 스트레스 해소 및 팀웍, 책임감, 집중력을 개발시킬 수 있으니 정신적으로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남자들은 용감해지고 담대해질 것 같다.

낚시에 미쳐 있는 아들 인구와 함께 한 팀이 되어 몇 개의 전쟁터를 누볐더니 부자간의 정이 두터워지고 서로에게 친절해지는 느낌이었다. 전우애가 생겨 서로를 염려해 주는 기분 좋은 경험도 했다. 특히 군대를 가봤거나 혈기 넘치는 청소년들에게는 해볼 만한 취미로 권장하고 싶다.
<이정인 기자>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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