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설거지 할때는 설거지에만 마음 모아야"

2002-05-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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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틱낫한 스님의 책 2권: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 ‘화(anger)’

시인이자 선사요 또한 평화운동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베트남 출신의 틱낫한스님의 책 2권이 거의 동시에 번역돼 나왔다. ‘거기서 그것과 하나가 되시게(The Miracle of mindfulness)’와 ‘화(anger)’가 그것이다.

스님이 다른 시기에 쓴 책들이지만 ‘마음 다스림’을 큰 주제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추천됐던 틱낫한스님은 프랑스 보르도에 명상수련센터를 세우고 종교를 초월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는 ‘마음모음(Mindfulness)’라는 원제의 단어속에 내용이 집약돼 있다. 마음모음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마음을 지금 여기로 불러 모은다는 뜻이다. 마음모음으로부터 스님의 ‘설거지를 위한 설거지’론이 나온다. 설거지를 하면서 설거지를 마치고 마실 차에 대해 생각하면서 얼른 설거지를 끝내려 한다면 그것은 설거지를 하는동안 제대로 자기의 삶을 살지 못했음을 의미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모음이 있어야 하며 그 수행방식으로 일주일에 하루는 마음을 모아 사는 날로 내어 놓을 것을 권면한다. 지금 이 순간만이 삶이라는 인식을 갖고 무슨 일을 하든지 천천히 평안한 마음으로 할 것을 강조하는데 이런 수행을 하다보면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함을 깨닫게 되고 결국 모두 안에서 하나를 보고 하나 안에서 모든 것을 볼수 있는 경지에 이를수 있다는게 이 책의 메시지이다.

또 다른 책 ‘화’는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그는 화를 풀지 못하는 한 우리는 결코 행복해 질수 없다며 화를 ‘날감자’에 비유한다. 감자를 먹으려면 냄비에 넣고 익기를 기다려야 하듯 화가 나면 일단 숨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 마음을 돌보고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화가 왜 생겨나는지 그리고 화가 솟구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관해 성찰한 41편의 글이 실려 있다. ‘화가 날수록 말을 삼가라’ ‘성난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라’ ‘화는 보살핌을 간절히 바라는 아기다’ ‘화내는 것도 습관이다. 연결고리를 끊어라’등등 글 하나하나의 제목속에 교훈이 담겨있다. 특히 부부처럼 소중한 관계속에서 화가 치밀 경우 이를 지혜롭게 해소해 가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많은 이들에게 유용할 듯 싶다.

두 책 모두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기 위한 명상과 호흡법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따스한 햇살이 내려 쬐는 주말 오후 잡념을 떨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 책들을 읽는다면 그것 또한 ‘마음모음’ 훈련이 될 수 있을터이다.

<조윤성 기자>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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