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올 한올 ‘사랑’을 엮어 갑니다"

2002-05-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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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람의 주말나기

▶ 양로원 찾아 뜨개질 봉사 장순화 할머니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은 부모님의 사랑이건만 내가 직접 아이를 낳아 키워보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그분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깨달을 때까지 부모님께서 우리를 기다려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게 몸을 주신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셨을지라도 그분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터이다. 매주 가주 양로호텔을 찾아 노인들을 보살피고 뜨개질도 가르치는 장순화씨(61). 서른을 갓 넘은 젊은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었던 그녀는 이곳에서 부모님들에게 못 다한 효도를 대신 하며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평소 뜨개질을 좋아하는 그녀는 덧버선이며 목도리를 떠두었다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때 양로원을 방문해 노인들에게 선물하곤 했었다. "어머, 예쁘네요. 여기 있는 할머니들도 뜨개질 배우면 좋아하실 텐데." 양로원 스태프의 한 마디가 그녀의 귓전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그래, 나의 작은 힘으로 부모 같은 분들이 소일거리를 찾을 수 있고 즐거워 질 수 있다는데." 안 그래도 이곳저곳에서 봉사활동 하느라 바쁜 그녀는 이래서 더욱 바빠졌다.


서울을 다녀오느라 한 달 정도 양로원에 나오지 못 하던 때의 이야기다. 한 할머니가 갖고 있던 실로 덧버선을 열 켤레도 넘게 만들어 그녀 앞에 가져왔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학생은 학생. 열성으로 가르쳐 주는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참 잘했다는 칭찬도 받고 싶어 눈이 침침해져 오는 것도 개의치 않고 뜨개질을 계속 한것이다. 전에도 그랬지만 이런 일이 있은 후로 양로원에 오는 것은 그녀의 생활에 첫째 가는 우선 순위가 되어 버렸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쉬어가며 할 수 있는 뜨개질은 노인성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할머니들이 배우기 쉬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예쁜 디자인을 연구하느라 그녀는 주말에 서점의 뜨개질 코너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공예품 재료가게에서 더 따뜻하고 화사한 색감의 실을 발견했을 때는 털실만큼 가슴이 포근해져 온다.

양로원 안의 노인들 가운데는 아직도 젊은 사람 못지 않게 뜨거운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된다. 그들을 대할 때면 환갑을 넘은 그녀이지만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양로원에 나오면서 그녀는 ‘세상 소풍’ 마치는 그날까지 20대 청춘처럼 즐겁게 살 일이라는 깨달음을 갖게 됐다.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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