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웃과 아픔나누며 자비 실천”

2002-05-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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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숨결이 대지를 덮으며 출렁대도다. 어제는 꽃피고 새 울더니 오늘은 녹음 우거지고 춘수가 넘쳐 흐른다. 아름답도다, 중생이 번영하는 이 국토여. 이 싱그러운 철에 부처님께서 오셨으니 복이도다.
이땅의 중생들이여!

거리마다 골목마다 연꽃등 밝혀달고 옷깃여미는 경건한 가슴마다 행복의 등불이 환히 밝아 오른다. 경하로운 환희가 만공하도다. 자,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어디에 무슨 일로 오셨는고? 이 일을 바로 알아야 부처님 맞이가 참되니라. 옛 조사들께서 밝혀 놓으신 해답을 들으라

‘세존께서 도솔천을 떠나지 않으시고 이미 왕궁에 강탄하시었으며 어머님의 태에서 나오지 않으시고 이미 사람들을 다 제도해 마치시었도다’
이 말씀이 무슨 소식인가? 추리하고 사량하면 이미 10만 8천리 어긋난다.
영리한 사람은 머리로 알아내려 하는 버릇이 있다. 꼬리가 이미 멀리 지나가버렸는데 어떻게 본체를 볼 수 있으랴. 얼굴은 남쪽으로 돌리고 북두성을 보려고 비비는 격이다.


중생이 밝은 마음을 잃은 탓으로 이색신과 허공에서 산하대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묘하고 밝은 참 마음 가운데 있음을 알지 못하고 허망한 색신이 <나>인줄 알고 색신에 홀려서 번뇌를 일으켜 고통받고 있으므로 참 나를 중생들에게 가르쳐 주시려고 부처님께서 색신을 나투어 오신 것이다. 우리가 부처님을 지극히 공경하고 부처님께서 중생의 눈으로 알아볼 수 있는 색신으로 오신날을 봉축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능엄경의 가르치심 한말씀 다시 듣는다.
“밝은 성품을 잘못 아는 탓으로 어두컴컴하여 허공이 되고 허공과 어두운 것 가운데서 맺히어 물질이 허망한 생각과 섞이고 , 생각과 모양을 내 몸 인줄 알고는 반연하려는 것이 모여서 몸속에서 흔들리고 밖으로 앞의 것을 분별하여 아득하고 시끄러운 것을 내마음인줄로 인정하느니라”

이렇게 자상하신 가르치심도, 스스로 참고하는 바가 없으면 알아듣지 못한다. 자, 대중들은 어디에서 부처님을 맞이하여 봉축하려는고? 밖으로 나가면 십만팔천리이니라.

빛과 어둠이 인연하여 기세간이 나타났으니 중생세간에는 본레용사가 혼재한다. 중생이 있으므로 불, 보살이 출현한다. 본마음을 잃어버린 미흡한 범부들이 있으므로 불제자가 사회에 존재할 기반이 되는 것이다. 세간을 향상시키기 위해 신명을 버리려는 서원이 없으면 불자라 할 수 있으랴,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미주땅에 살고 있는 불자형제 여러분께서는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마음 바탕자리를 깨달아 지혜를 얻고 불법을 중생들에게 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더불어 함께 살고 있는 이웃들에게 동체대비심으로 베풀어주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자비행을 실천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리고 미국시민으로서 법질서를 잘 지키고 도덕적으로 미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을 향도하여 행복한 삶을 가꾸어 가기 바란다. 조국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하면서 특히 극심한 식량난과 병고에 시달리는 북한주민을 도우는 일에도 동포애와 자비정신으로 노력하기 바란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지혜와 자비광명이 온 누리에 함께 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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