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물관 거미에 물려 초인으로

2002-05-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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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 맨’
(Spider Man)
★★★(5개 만점)

할리웃의 올 여름 시즌 개막작으로 개봉되기도 전에 모두들 빅히트를 예보, 이미 속편 제작 계획까지 세운 틴에이저 이하용 액션영화다. 마블 만화의 인기 주인공인 거미인간 스파이더 맨을 스크린에 옮겼는데 한마디로 말해 떼돈을 들인 창조력 부족한 초대형 만화 같은 영화이다.

’수퍼맨’과 ‘뱃맨’에 이어 나온 ‘스파이더 맨’도 그 ‘맨’이 그 ‘맨’인지라 기시감이 가득하다. 특히 이 영화는 ‘수퍼맨’을 많이 닮았다. 공중을 나는 초인이 공중낙하 하는 여인을 허공 한복판에서 받아 안는가 하면 뉴욕을 무대로 범법자들을 퇴치하고 또 주인공이 신문사에 근무한다는 것까지 둘이 매우 흡사하다. 게다가 음악까지 ‘배트맨’을 작곡한 대니 엘프만이 맡아 새 영화를 보는 것 같지가 않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뉴욕 퀸스의 삼촌 부부(클리프 로벗슨과 로즈메리 해리스)가 키운 고 3년생 피터 파커(토비 매과이어)는 안경 낀 너드. 피터는 무지막지한 동급생 건달의 애인 M.J. 왓슨(커스튼 던스트)을 짝사랑하는데 그 사랑은 6세난 M.J.가 피터의 옆집으로 이사오던 날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피터의 유일한 친구는 백만장자 사업가 노만 오스본(윌렘 다포)의 고독한 아들 해리(제임스 프랭크). 그런데 피터 학급이 과학 박물관으로 필드 트립을 갔다가 피터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거미에게 물리면서 너드가 초인이 된다.

피터는 거미처럼 손에서 줄을 뽑아내 뉴욕 시내 마천루들 사이를 서커스의 트라피즈 곡예사들처럼 날아다니고 초능력적 힘과 유연성과 감각을 지닌 거미인간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낮에는 데일리 뷰글지(타블로이드의 전형적 편집국장 스타일의 연기를 코믹하게 해내는 J.K. 시몬스가 재미있다)의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일하고 밤에는 거미인간이 돼 뉴욕의 온갖 잡범들을 때려잡으면서 스파이더 맨은 뉴요커의 영웅이 된다.

스파이더 맨의 불구대천의 원수는 실험이 잘못돼 괴력을 지닌 초록색 악귀인 그린 가블린이 된 노만. 글라이더를 타고 비행하는 그린 가블린은 미친 괴물이어서 자신의 목적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모두 죽여 없앤다. 결국 스파이더 맨과 초록 갑옷과 투구를 쓴 그린 가블린은 사생결단의 결투를 벌이게 되고 승리는 스파이더 맨에게 돌아온다.

컴퓨터 특수 효과 자랑을 보는 듯 액션이 요란한데 액션 속에 피터와 M.J.와 해리의 삼각관계를 섞어 로맨스로 장식했다. 속편에서는 해리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친구인 피터와 싸울 모양이다.

영화가 세련되지 못하고 매우 거친 데다가 시끄럽고 또 별 내용이 없어 어른들 볼 것은 못된다. 그리고 공중을 훨훨 날아다니는 초인들은 그동안 너무 많이 봐 이젠 식상한다. 샘 레이미 감독. PG-13. Columbia.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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