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안방극장 첨단바람

2002-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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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선명해진 화질… 환상의 사운드

세상 참 좋아졌다. 옹색한 흑백 TV 한 대를 앞에 두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장욱제, 태현실 주연의 ‘여로’를 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방마다 TV를 갖추고 살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지직거리는 전축에 까만 색 레코드를 올려놓고 바늘이 긁히는 잡음과 함께 듣던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의 아련한 추억. 안방 한구석을 차지하던 재산 목록 1위였던 전축은 그 컸던 몸집에 비해 음색은 영 시원치 않았는데 요즘 개발돼 나오는 오디오 기기는 깜찍한 크기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웅장한 소리를 낸다.

생활에 여유를 갖게 되면서 거실 안에 들여놓은 극장 홈 디어터 (Home Theatre)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스모스 전자의 홈 디어터 전문 세일즈맨 션 양씨에 따르면 하루에도 홈 디어터 패키지에 관한 문의가 10건 이상 들어오고 이 가운데 약 10퍼센트 정도는 실제 구입을 한다고 한다.

물론 싸게는 2,000달러로도 꾸밀 수 있지만 웬만한 홈 디어터 패키지를 마련하는 데는 2만-3만달러 정도의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충분히 요모조모 따져보고 이것저것 비교 분석한 후에 구입을 결정해야 후회가 없다.


전문가 수준의 오디오·비디오 지식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세일즈맨들의 권유에 의존을 할 수밖에 없다. 일즈맨들은 고객이 특별히 원하는 홈 디어터의 성능, 홈 디어터가 놓일 집의 규모와 인테리어, 그리고 예산에 의거해 패키지를 추천하게 된다.

예전에야 매킨토시 앰프에 보스 스피커 하는 식으로 따로따로 장만해 조합을 했지만 요즘은 안방극장용으로 오디오 회사에서 내놓은 패키지들이 비교적 괜찮다.
나카미치, 야마하, 온쿄 등이 잘 나가는 브랜드인데 고객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비디오 재생기기는 DVD 플레이어, 그리고 모니터로는 42-60인치의 플라즈마 TV가 가장 인기 있다. 패나소닉, 파이어니어, NEC 그리고 한국 브랜드 삼성도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가격은 6,000-2만달러 선.

고재남 (41·변호사)씨가 처음 홈 디어터를 마련했던 것은 약 20년 전. 그가 대단한 부잣집 아들이어서가 아니다. 음악과 영화 감상을 남달리 좋아하는 그는 산수이 앰프와 AR 시스템, 27인치 소니 칼라 TV로 꾸민 자신만의 안방극장에서 밤이 새도록 비발디의 ‘사계’를 들었고 ‘내일을 향해 쏴라’를 감상했다. 감성 풍부하던 그 당시 봤던 영화들은 지금도 거의 모든 장면들을 기억할 정도다.

10년의 세월과 함께 그의 홈 디어터도 상당히 업그레이드된다. 선명한 화질을 재생하는 레이저디스크 플레이어가 VHS 플레이어를 대신하게 됐고 전문가들도 탐내는 매그나펜 스피커도 큰 맘 먹고 장만했다. 새로 들여놓은 스피커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의 묵직한 저음도 라이브 연주를 듣는 것만큼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

그는 최근 약 5년 전부터 모으기 시작한 하이 엔드 오디오들을 조합해 인피니티 레퍼런스 5.0 홈 디어터를 꾸몄다. 홈 디어터에는 원목의 색깔이 중후한 두 쌍의 스피커가 우뚝 서 있고 130인치 하얀 색 스크린이 드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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