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패러글라이딩

2002-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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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부신 나래짓에 ‘나’ 를 잊는다

멀리 파란 수평선이 보이는 바닷가 언덕, 둥글둥글 부드러운 곡선으로 맞물려 넓게 퍼져나간 구릉은 봄의 신록으로 푸름이 더욱 선연하고 눈부신 햇살이 가득 번지는 맑은 하늘에는 오색 빛깔이 패러글라이더들이 마치 바람에 날리는 꽃송이들처럼 오르락내리락 무한한 공간을 누빈다. 패러글라이딩은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 시켜주는 여러 항공 레포츠들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개발된 것으로 비용이 적게들고 안전성이 좋아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릴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은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패러글라이딩의 세계를 살펴보자.
doopaek@koreatimes.com

패러글라이딩은 글라이더의 날개와 같은 원리로 고안돼 빠른 전진과 방향 전황이 용이한 낙하산을 사용, 깊은 산 계곡이나 해안의 높은 절벽 등지의 상공을 흐르는 기류를 타고 활공을 즐기는 레포츠이다.

패러글라이딩은 공기의 부양력을 받아 하늘 높이 올라가는 연의 상승 이치와 같은데 내구성이 뛰어난 나일론 천으로 만든 낙하산 모양의 패러글라이드를 조정자(pilot) 몸체에 줄로 연결, 하늘로 상승한다. 활강시 조종자의 몸통은 편안히 앉은 자세를 유지 할 수 있도록 고안된 하니스(harness)와 합성 섬유를 꼬아만든 여러 갈래의 질긴 줄들로 패러글러이더에 단단히 연결된 상태이다.


노스 샌디에고 유명관광지 토리 파인스(Torrey Pines)는 서부지역 패러글라이딩의 메카라고 할 만큼 주말이면 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적한 해변 토리 파인 언덕위로 빨강 파랑 노랑색의 패러글라이더가 하늘을 뒤덮고 있는 이곳이 미주에서 가장 유명한 패러글라이딩 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비행을 위해 필요한 맞바람이 적당하게 불고, 인근에 고압선 등 장애물이 없어 천혜의 패러글라이딩 장소이기 때문이다. 비행 중 감상할 수 있는 빼어난 경치도 매니아들을 사로잡는다.

이 곳의 유일한 한인 강사 홍경기씨는 "경치 접근성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한 활공장이지만 패러글라이딩에 필요한 최적 기류가 형성된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개장 이후 세계 각국의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참가하는 크고 작은 패러글라이딩대회가 수백여차례나 열렸다.
레포츠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한번쯤 올라볼 만하다.

지대가 높아 라호야 델마 등 인근의 크고 작은 해변들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탁 트인다. 토리 파인스 글라이딩포트(gliding port)의 바로 아래는 누드비치인 블랙스 비치. 비행인들 중에서는 가끔 호기심이나 장난기가 발동하여 일부러 누드 비치에 착륙하기도 한다.

패러글라이딩은 평상시 가벼운 등산을 해온 사람이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전문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가진 강사를 찾아야 한다. 초보자는 2인승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체험비행을 한 뒤 대개 1일 5~6시간 정도로 2~3일 동안 지상교육을 받는다. 지상교육 후 첫 비행을 시도할 수 있다.

노인이나 어린이들은 1일 정도 더 걸릴 수 있으나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교육비는 기간에 구별 없이 혼자서 비행을 할 수 있을 때까지 800달러 정도. 교육을 마친 후 장비 구입비로 패러글라이더, 헬멧, 비행복 등을 합해 3,000달러 가량 든다.

일일체험 코스도 있는데 하루만에 초보적인 기술을 익힌 뒤 적게는 몇 피트에서 많게는 몇 야드까지 몸이 뜨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일상에서의 탈출을 경험할 수 있다.

강사와 같이 하늘을 나르는 탬덤(tandem) 비행도 있는데 가격은 30분에 160달러이지만 홍 강사를 만나면 좀더 긴 시간을 비행을 즐길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에 대한 보다 자세한 문의는 (858)452-9858, www.flytorrey.com이나 (213)999-5111로 하면 된다.


▲가는 길과 인근 볼거리
토리 파인스 글라이더 포트에 가려면 LA에서 5번 프리웨이 사우스를 타고 내려가다 805번 프리웨이를 지난 후 Genesse에서 내린다. 오른쪽으로 해변으로 향해 가다 4번째 신호등이 있는 Torrey Pines Scenic Dr.에서 좌회전한다. 북서쪽 방향으로 글라이더 포트 사인판이 보인다. 끝까지 가면 111에이커에 달하는 파킹장이 나온다. 주차한 후 언덕위로 올라가면 바다에 면한 활공장이 있다.

인근에는 예전에는 바다였다는 토리 파인스 주립공원(Torrey Pines Regional History Park)이 있다.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희귀종 식물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Genesse에서 오다가 Torrey Pine Dr.에서 우회전하면 공원 입구가 나오는데 바다쪽으로 좌회전해 매표소를 통과하여 정상에 올라가면 주차장이 있다. 매표소 입구부터 조깅이나 하이킹을 할 수 있고 300피트 아래 있는 해변까지의 오솔길을 즐기는 맛도 좋다.

▲한인 패러글라이더
"새가 되어 하늘을 날 때면 모든 시름이 날아가버려요."
라티노 옐로우페이지 광고부장 이진아씨(33)는 한인 여성으로는 보기 드문 패러글라이더이다. 6년째 글라이딩을 즐기는 베테런인데 요즘에도 틈만 나면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자유를 만끽한다. 하늘을 날 때에는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잊고 산다. 이씨는 특히 여성에게 패러글라이딩을 권한다. "푸른 창공을 난다는 기분은 형용할 수 없죠. 특히 하늘의 맑은 공기를 마셔보지 못한 사람은 그 맛을 알지 못합니다."

주말이면 글라이드포트에서 보조 교관으로 일하는 이씨는 "패러글라이딩은 여성들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레포츠"라며 "특히 40~50대 여성도 건강하면 누구든 글라이딩을 시도해 볼만하다"고 덧붙였다.

이 곳에서 5년 전부터 수석교관으로 일하고 있는 홍경기씨는 한국 최초의 행글라이더, 패러글라이더 중 한 명이자 1977년부터 10년 동안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한국챔피언을 내준 적이 없는 베테런. 그는 지난 5년 동안 수십명의 한인을 포함해 400여명에게 하늘을 나는 기술을 가르쳤다. LA한인사회를 위해 무료 강습회를 매년 열고 있는데 올해는 오는 6월에 강습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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