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0만분의1’ 가능성에 도전

2002-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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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람의 주말나기

"형제의 목숨을 구해주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은 없다." 세상 모든 종교의 궁극적인 가르침은 목숨을 바치기까지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 꼭 내 목숨을 바치지 않고도 꺼져 가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발벗고 나서야 하지 않을까. 5년 전 성덕 바우만에게 골수를 기증했던 서한국씨. 한 생명을 살린 그는 지금도 더불어 사는 생의 기쁨을 만끽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가일로(38·웹사이트 기획)씨가 그의 아내인 일주(33·주부)씨, 그리고 딸 가로수(8)양과 함께 A3M(아시안 골수 기증 협회)의 자원봉사자로 주말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약 2년 전의 일이다. 백혈병에 걸려 목숨을 잃을 뻔했던 조카의 고통을 가까이 지켜본 그는 누구 하나 시키는 이 없었지만 골수 기증자 명단에 등록을 하게 됐고 협회의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골수 기증자 등록 캠페인은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장이나 교회, 성당에서 이루어진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3시 정도까지 자원봉사를 하지만 행사장이 리버사이드, 샌디에고일 경우는 꼭두새벽부터 준비해 해가 질 무렵에야 집에 들어오게 되니 사실상 주말은 온전히 봉사활동으로 일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LA의 성 그레고리 성당에서 캠페인을 벌인 지난 주말, 모두 28명의 등록을 받았으니 평균 치기는 했다. 많이 등록하는 날에는 최고 200명까지 접수를 받아본 적도 있다. 이처럼 좋은 성과를 이루게 되는 데에는 목회자들의 추임새 덕이 크다.

취재 차 찾아온 기자를 그냥 보낼 수 있나. 그의 열성적인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다 팔을 걷었다. 굵게 튀어나온 정맥에 주사 바늘을 꽂으니 검붉은 빛깔의 피가 작은 병에 채워진다. 왜 피가 물보다 짙다고 하는 지 몸소 깨달은 오후 이제 꺼져 가는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사업에 비로소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등록자와 수혜자의 골수 타입이 맞을 가능성은 10만-100만 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매칭 되는 수혜자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기적이라 여겨진다. 이제껏 아시안 골수 기증 협회를 통해 70여 명이 새 생명을 얻게 됐다.

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오렌지카운티 한인 축제 현장인 가든 그로브 아리랑 마켓 주차장 (9888 Garden Grove Bl.)에서 골수 기증 등록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가일로씨 가족은 보다 많은 한인들이 골수 기증자 명단에 등록함으로써 사람을 살리는 거룩한 일에 동참하기를 소망한다. 골수 기증자 등록에 관한 문의는 아시안 골수 기증 협회의 장성원 한인 담당관에게 하면 된다. 전화 (213) 473-1665
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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