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숫자살인’(Murder by Numbers)

2002-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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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½

’콜럼보’처럼 범인들을 미리 알려주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스타일의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다. 통속적인 스릴러치곤 각본도 크게 나무랄 데 없고 또 연기들도 좋다. 이미 밝혀진 범인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어려운 사건을 차근차근 캐내 가는 추리력 동원의 재미와 긴장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올 들어 쏟아져 나오는 터프 레이디가 주인공인(’패닉 룸’ ‘하이 크라임’) 영화로 솜씨가 들쭉날쭉한 바베 슈로더 감독(’행운의 반전’으로 오스카상 후보)의 것치곤 꽤 흥미 있게 만들었다. 일종의 재미를 위한 무작위 살인영화인데 완전범죄를 수행하려는 지능적인 범죄자와 이것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형사의 얘기는 여러 번 영화화 됐다.

북가주 작은 해안마을 샌베니토에서 여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수사를 맡은 형사는 어두운 과거를 지닌 총명한 여수사관 캐시(샌드라 불록). 직관에 따르는 캐시의 새 파트너는 침착하고 규칙을 준수하는 샘(벤 채플린). 그런데 캐시는 이 사건을 자신의 과거와 연결시키며 마치 자기가 피해자인양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집착한다.


캐시와 샘은 사건의 혐의자로 마을의 중상류층 가정의 고교졸업반 학생 리처드(라이언 가슬링-’신자’에서 유대인 나치로 나온 가슬링이 교활하게 잘 한다)와 그의 단짝친구 저스틴(마이클 핏)을 지목하고 수사망을 좁혀간다. 둘 다 부유하나 부모의 무관심(케케묵은 설정) 속에 고독하게 사는 리처드와 저스틴은 서로 모양과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나 서로가 필요에 의해 맺어진 시암쌍둥이 같은 사이.

매력적인 사이코 리처드와 너드형인 저스틴은 우정의 견실 정도를 시험하고 또 고독 해결의 방법으로 살인을 저질렀는데 둘 다 매우 똑똑해 빈틈없는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캐시는 둘이 범인이라는 심증을 굳히고 이들과 집요하게 지능싸움을 벌이며 이들의 알리바이를 허물어 나간다.
거의 끝날 때까지 지적 심리적으로 긴장감을 느끼도록 진행되던 영화가 막판에 가서 쓸데없는 액션을 벌이는 할리웃 영화의 고질을 못 버려 뒷맛이 떨떠름하다. R.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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