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의 승리’(Triumph of Love)

2002-04-19 (금)
크게 작게

▶ ★★★½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고 또 모든 아픔을 치료해주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사랑 만세’ 로맨틱 코미디다. 18세기 프랑스 극작가 미라보의 원작을 이 영화제작자인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부인 클레어 피플로에가 남편과 공동 각색하고 혼자 감독했다. 이탈리아·영국 합작영화로 영어대사.

무대나 내용은 시대극이지만 현대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매력적이요 따스하니 포근한 영화다. 감독이 옛 드라마를 현대적으로 각색하기도 했지만 주인공이 사랑을 위해 물불을 안 가리는 똑똑한 맹렬 여성이라는 점이 무척 현대적이다(재미있는 것은 영화 간간이 현대 복장을 한 관객들이 의자에 앉아 스크린에서 진행되는 내용을 연극구경 하듯이 관람하는 장면).

아름답고 총명한 공주(미라 소르비노가 1인3역을 하면서 분주하니 열연)는 자기의 신분이 사망한 부친이 남의 왕위를 찬탈해 주어진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늘 마음이 아프다. 공주는 왕위 정식 승계자를 찾아내 국가 통수권을 그에게 물려주기로 결심하고 한적한 별장에 숨어사는 아지스 왕자(제이 로단)를 찾아간다.


그런데 공주는 그만 호수에서 발가벗고 목욕하는 아지스를 보고 첫눈에 반해 열병을 앓게 된다. 공주는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기 위해 시녀 코린(레이철 스털링)과 함께 청년 철학도 폰시온으로 위장하고 별장을 방문한다.

문제는 아지스를 아기 때부터 키워온 목석 같은 철학자 허모크라테스(벤 킹슬리가 호연)와 그의 과학자 노처녀 동생 레온틴(피오나 쇼의 호들갑 떠는 연기가 눈부시다). 둘은 사랑은 사람을 약하게 만드는 무기라고 아지스를 교육, 별장은 사랑의 금단지역이 됐다.

사랑 없는 집에 들어온 폰시온은 아지스를 자기 것으로 취하기 위해 먼저 외로운 아지스에게 남자 친구로 접근한 뒤 자기 사랑의 장애물들인 허모크라테스와 레온틴에게도 접근, 3중의 유혹작전을 개시한다.

폰시온은 자기 성의 정체를 알아낸 허모크라테스에게는 아스파시라는 여자로 위장해 사랑의 감언이설을 쏟아놓고 또 레온틴에게도 모든 여자가 듣고파하는 꿀맛 나는 사랑의 언어들을 고백한다. 그러나 공주의 이런 사랑의 정치극이 오래 갈 리 없고 마침내 공주의 정체가 서서히 노출되면서 공주는 최후의 결단을 내린다.

사랑의 영화이자 감성과 지성의 탐구이기도 한데 배우들의 연기와 촬영과 음악과 의상 등이 모두 좋다. PG-13. Paramount Classics. 파빌리언 시네마(310-475-0202), 쇼케이스(323-934-2944).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