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분재에 홀딱반해 ‘사랑나누기’ 6년

2002-04-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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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람의 주말나기

유만수(52·마켓 운영)씨가 분재에 취미를 갖게 된 것은 아내 명자(52)씨의 영향이 크다. 집들이 선물로 친구에게 선물 받은 분재의 아담한 모습에 사로잡힌 그녀는 주변을 수소문해 분재 가르치는 곳을 알아냈다. 그후 약 3개월을 주 1회 꼴로 클래스에 참여한 결과 이제는 정원사 못지 않게 분재를 키워낼 수 있게 됐다. 아내의 분재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를 도와 물을 주는 것으로 시작하던 유만수씨 역시 이제는 거의 프로의 경지에 올라와 있다.

6년 정도 취미로 분재를 하다 보니 이들 부부의 집은 거의 화훼 단지를 방불케 한다. 갖고 있는 분재의 수종만도 40여 종, 350점 정도의 작품이 집안 구석구석, 아름답게 들어서 있다. 변두리의 너서리에 가면 1-5갤런 짜리 크기의 분재를 싼 가격에 팔고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분재를 시작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그는 처음에 그저 이런 것을 구입해 버리는 셈치고 키워보라고 권했다.

지금이야 죽어 가는 나무도 살리는 그이지만 초창기 때는 참 여러 그루의 나무를 죽였다고. 세상 모든 것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 나무들의 성격을 파악해 나가게 됐다. 물을 좋아하는 나무와 싫어하는 나무, 햇빛을 좋아하는 나무와 싫어하는 나무. 그들이 원하는 환경을 조성해주기만 하면 나무들은 생명의 환희를 온 몸으로 표현해 준다.


350점이나 되는 분재들과 맞는 사계절은 항상 경이롭다. 파릇파릇 연두 빛 새싹이 올라오는 봄, 고 조그만 나무인데도 얼마나 화려한 색깔의 꽃망울들을 터뜨리는지. 이파리 색깔이 짙어지는 여름, 그는 초록을 실컷 눈에 들여놓으며 더위를 잊는다. 능금만 한 크기의 과일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며 가을이 왔구나 생각하다 보면 어느 새 이파리들이 모두 자취를 감추며 겨울을 알려주기도 한다.

매일 저녁 1시간 반정도, 화분에 물을 주며 분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그에게는 즐거움이며 수행이다. 이파리가 시들시들하던 나무도 물을 주면서 "기운 차려야지." 얘기를 해주면 다음 날 아침, 거짓말처럼 팔팔해진다. 주말이면 소독하고 비료를 주고 이파리를 닦아주기도 하며 작은 온실 안에 파묻혀 산다.

"얼마나 예쁜지 몰라. 꼭 자식들 보는 것 같아요." 무엇이라도 키워 본 사람이라면 표현에 인색한 평균 한국 남자인 그가 꿈꾸는 듯한 표정이 되어 늘어놓는 이런 감탄을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빅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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