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래 벗어나 작은 일상으로 삶의 기쁨

2002-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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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의 주말나기

▶ 소프라노 조수미씨

지난 일요일부터 개막된 LA오페라의 ‘마술 피리’ 공연에 출연하기 위해 LA를 찾은 소프라노 조수미씨. 세계적인 프리마돈나인 그녀는 도대체 주말을 어떻게 보낼까 궁금하다. 항상 공연으로 바쁜 그녀에게 있어 주말이란 토요일과 일요일이라는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공연이 없는 날이 될 수밖에 없다.
스칼라 극장에서 관객이 되어 예쁜 드레스를 입고 오페라를 감상한다거나 비아 꼰도니에서 발렌티노, 페라가모 등 명품 샤핑을 하려니 생각을 했다면 그녀의 대답은 상당히 의외로 다가올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 있어도 자기의 빨래와 설거지는 꼭 자기 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는 황금 같은 주말 시간, 비누 거품을 퐁퐁 내며 즐거워한다. 내가 직접 빨아야 옷이 더 예뻐지고 옷에서 나는 향기도 좋다나.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남편도 아이도 없는 그녀지만 룸메이트가 있다. 아니, 그렇다고 야릇한 생각은 하지 말길. 그녀의 식구는 강아지 3마리. 아이 셋 키우는 것보다 더한 책임이 따르지만 그들로 인해 맛보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송아지 만한 몸집의 이탈리안 셰퍼드와는 자주 로마 교외를 함께 달린다. 막내둥이인 요크셔 테리어는 떼어 두고 다니기가 안쓰러워 공연이 있을 때도 항상 데리고 다닌다.
수퍼모델인 신디 크로포드의 이름을 그대로 붙여준 요크셔 테리어는 ‘엄마’ 조수미씨를 참 잘도 따른다.
그녀가 사는 곳은 로마 근교의 프라스카티(Frascati)라는 도시. 화이트 와인 산지로도 유명한 곳인데 그녀는 아름다운 주변의 자연환경을 눈에 들여놓으며 산책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녀의 또 다른 취미는 요리. 18년째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미네타에게서 배운 대로 파스타를 만들면 모두들 맛있어 한단다.
특히 모시조개를 넣고 만드는 스파게티 봉골레는 거의 레스토랑 수준이라며 자랑이 대단하다. 앞으로 시간이 되면 중국요리와 한국요리를 정식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수퍼마켓에 가서 새로 나온 드레싱이며 과일 잼을 찬찬히 뜯어보며 샤핑하는 것도 즐겁다. 낭만적인 밤을 만들어주는 양초 등 소품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한다.
작고 하찮은 것들이지만 마음을 다해 구입해 집안 구석구석을 꾸미면서 삶의 잔잔한 기쁨을 느낀다.
밀린 책을 읽다 보면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몰려온다. 오페라 무대에서만큼 삶의 무대에서도 열정을 불사르는 그녀에게 있어 주말 시간은 아무리 쪼개 쓰더라도 짧게만 느껴진다.
<박지윤 객원기자>
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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