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객을 부모처럼 공경하라”

2002-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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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경(商經)/스유엔 지음 더난출판사 펴냄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것들, 엄밀히 말해 바뀌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종종 ‘도리’라 부른다. 도리는 옳은 길이다. 부모 자식의 도리, 스승 제자의 도리, 정치인의 도리…. 시대에 따라 방식과 방법은 달라져도 옳은 길은 그대로이다. 소설과 드라마 ‘상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점차 잊혀져 가고 있던 상인의 도리를 다시 일깨워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중국 청조 말엽의 거상 호설암의 경영철학을 담아 낸 책 ‘상경(商經)’은 상인의 도리에 관한 책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출간돼 올해 번역 출판된 상경의 기본메시지 역시 “장사는 돈보다 사람을 버는데 있다”는 것으로 요약될수 있다. 그러나 상경은 도리에만 머물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이에 바탕한 다양한 상술과 지략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런점에서 상도와는 구별된다고 하겠다.

호설암은 전장(청말의 금융기관)의 말단점원으로 시작해 중국 역사상 유일하게 ‘홍정상인(紅頂商人)’의 위치에 올랐던 위대한 비즈니스맨이다. 중국사업가들의 우상인 그는 뛰어난 판단력과 신의에 바탕한 처신, 그리고 지모로 남이 넘볼수 없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호설암은 생전에 저술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의 언행을 뼈대로 해 다양한 경영전략을 생생하게 구성해 내고 있다.


책은 모두 18개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장마다 하나씩의 큰 가르침을 담고 있다. “티없는 돌 대신 티있는 옥을 사용하라”는 용인술에서부터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 가는 방법, 심지어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의 욕정을 다스리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다루고 있다.

특히 호설암의 경영철학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가진자들의 사회적 책임과 인간관계가 금전보다 중요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있는 사람들의 덕목으로 쉽게 언급되지만 당시 이런 생각은 시대를 앞서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호설암이 관리들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자칫 정경유착 합리화의 위험이 있어 보인다. 권력에서 모든 것이 나오던 청말 사회 분위기속에서 어쩔수 없는 측면은 있었겠지만 이런 부분은 독자들이 가려 취해야 할 듯 싶다.

상경은 교훈 교훈마다 현대 중국의 사업가들을 중심으로 한 사례들을 제시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호설암은 이렇게 말한다. “고객은 양명의 근원으로서 우리가 먹고 입는 것이 모두 고객에게서 나온다. 따라서 고객을 생명의 원천으로 여기고 부모를 공경하듯 정성껏 모셔야 한다.”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들 모두가 가슴 깊이 새겨 들을만한 지적이라 생각된다.

<조윤성 기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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