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루종일 즐거움 있는‘타운 이웃’

2002-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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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상씨 가족 신바람 주말 나들이

▶ 3가·페어팩스 코너 엔터테인먼트 샤핑몰 ‘더 그로브’

난 3월 15일, 3가와 페어팩스 코너에 새롭게 문을 연 ‘더 그로브(The Grove)’. “그저 또 다른 쇼핑몰이 하나 더 생긴 게지” 하는 심드렁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면 이번 주말 그로브로 길을 나서볼 일이다.

백화점의 높다란 담만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그로브의 내부에는 그야말로 별천지가 펼쳐진다. 예쁘장한 부티크와 상점, 극장과 식당이 시원스레 열린 공간에 들어서 있는 모양이 영화사의 스튜디오 뒷마당에라도 들어선 것 같다.

세금보고 시즌이다 보니 따로 주말이 없는 김윤상씨(36·공인회계사). 차를 타고 어디 갈 만큼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지만 그렇다고 아빠 얼굴만 빤하게 쳐다보고 있는 두 딸, 제이미(5)와 크리스틴(3)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길 건너 그로브라면 마음에 부담이 없다. 그저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샤핑몰에나 간다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가 그와 아내 김성경씨(33·간호사)는 딸들보다 더 신이 났다.


그들이 그로브에 들어선 때는 오전 11시 정각. 마침 커다란 돔 양식의 지붕 위에 매달린 황금색 조각이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며 시간을 알려 오니 베니치아의 샌 마르꼬 광장에라도 선 것 같은 기분이다.

입구의 호수에서는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호텔처럼 분수들이 음악에 맞추어 환상적인 춤을 추고 있다.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들의 조각이 서있는 호수에는 구름다리도 무지개처럼 떠있다.

항상 사람들의 행렬이 멈추지 않는 이곳에는 주말이면 뮤직 밴드가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고 꼭두각시 인형 쇼도 펼쳐진다. 광장 중앙 탑 위에는 ‘LA의 영혼’이라는 부제처럼 날개를 활짝 펼친 남녀 천사가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위용으로 우뚝 서있다.

14개의 상영관을 갖추고 있는 퍼시픽 극장에서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아름다운 마음’은 물론,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ET’까지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탐 행크스가 그의 바램대로 하루아침에 커져버렸던 이야기 ‘더 빅(The Big)’에 보면 극중 조슈아가 천진난만하게 장난치고 놀던 뉴욕 5번 가의 유서 깊은 장난감 가게, 파오앤 슈와츠(Fao & Schwarz)가 나온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그로브 내부에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꼭 같은 모양의 트롤리가 운행되고 있다. 디포 (Depot)를 출발한 트롤리는 반즈앤노블즈 앞, 파머스 마켓 앞에 서며 쉬지 않고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제복을 정갈하게 입은 차장이 땡땡 종소리를 울리며 다음 역을 알리는 안내 방송을 하는 모습이 무척 멋져 보인다.


1934년부터 LA를 지켜왔던 파머스 마켓. 그로브가 생기고 나서 부쩍 손님들이 늘었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탐스럽게 진열돼 있는 마켓에 서면 바구니에 가득한 행복이 무엇인지 체득된다. 오렌지, 사과, 복숭아, 토마토가 저마다의 화려하고 원색적인 색깔을 뽐내며 장보는 이들의 손길을 유혹하고 있는 모습에서는 삶의 뜨거운 에너지가 가득 느껴진다.

꼭 책을 사지 않아도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해지는 서점. 그로브 안에 새롭게 들어선 반즈앤노블(Barns & Noble)은 그 규모 면에서 일단 사람을 압도한다. 시원스레 열린 3층의 공간에는 보고 있기만 해도 행복이 물밀 듯 밀려오는 색 색깔의 요리 책과 여행 서적, 아트 서적이 가득 쌓여 있다. 안락한 소파에 파묻혀 독서삼매경에 빠진 이들은 시간도 일상도 모두 잊은 듯한 얼굴들이다.

3층 구석에 따로 마련된 반즈앤노블 주니어(Barns & Noble Jr.) 코너에는 허클베리핀의 모험과 작은아씨들이 꽂혀 있었다. 조끄만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온통 그림뿐인 책장을 넘기는 아가들의 웃는 모습이 벌써 독서의 기쁨을 맛본 듯한 표정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는 스토리 타임 이벤트도 열리고 있으니 자녀들과 함께 찾는다면 책과 친숙해지는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지 않을까.

Nordstrom 백화점, Gap, Banana Republic, Victoria’s Secret 등의 다양한 점포, 베버리 힐스의 Farm을 비롯한 레스토랑들이 들어선 그로브는 한 곳에서 샤핑과 외식, 엔터테인먼트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남가주의 새로운 명소가 아닐 수 없다.
월-금요일은 오전 10시-오후 9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오후 8시, 일요일은 오전 11시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그로브의 위치는 3가와 패어팩스가 만나는 곳. 주소, 189 The Grove Dr. Los Angeles CA90036 전화 (323) 900-8000. 웹사이트, www.TheGrov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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