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패닉 룸’(Panic Room)

2002-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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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½(5개 만점)

어두운 화면을 좋아하는 데이빗 핀처 감독(’세븐’)의 공포감 조성하는 서스펜스 스릴러인데 촬영은 ‘세븐’을 찍은 다리우스 콘지가 맡아 어둡고 스산하기 짝이 없다. 제목은 부유층 집에 마련된 피난실을 가리킨다. 집에 범죄자가 침입했을 경우 숨을 수 있는 곳으로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안에서 일이 벌어지고(그중 상당부분은 패닉 룸) 또 시간은 비 내리는 밤이어서 협소감과 암담한 기분이 압박감을 준다. 긴장과 스릴과 공포감을 즐기기에 좋은 영화다. 그러나 쓸데없이 폭력적인 데다가 인물의 성격 설정에 조작성이 보이고 또 경찰은 늘 일 다 끝난 뒤 나타나는 등 스릴러의 보편적 결점인 플롯의 비합리성 등 흠도 적지 않다.

나이 먹은 백만장자 남편 스테판(패트릭 바우카우는 범죄자들에게 죽도록 얻어터지기만 한다)과 최근 이혼한 멕(조디 포스터-당초 이 역은 니콜 키드만이 맡았으나 촬영시작 얼마 후 다리를 다쳐 도중하차)은 당뇨병을 앓는 틴에이저 딸 새라(크리스튼 스튜어트)와 함께 뉴욕의 고급 브라운스톤(부자들이 소유한 일종의 타운하우스와 아파트의 혼합형)으로 이사온다. 패닉 룸까지 갖춘 이 집에 두 모녀가 이사온 날 밤 3인조 괴한이 침입한다.


멕은 새라를 깨워 패닉 룸으로 피신하는데 3인조가 노리는 것은 패닉 룸 안의 금고. 주거 침입자라기보다 선한 사마리아인이라고 해야 좋을 버냄(포레스터 위타커)과 똑똑한 척하는 입심 좋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같은 주니어(재레드 리토) 및 잔인한 킬러 라울(드와이트 요캄) 등 ‘스리 스투지’들은 패닉 룸에 들어가야 하는 입장이고 멕과 새라는 패닉 룸에서 나갈 수 없는 입장이어서 서로간에 "나와라" "못 나간다" 하며 대치한다.

콘크리트 벽과 강철 문을 한 패닉 룸에는 8대의 감시 비디오와 다량의 비상물품 그리고 인터콤과 환풍장치 및 자체 전화선이 설치돼 있다. 멕과 똑똑한 새라는 이것들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면서 외부의 도움을 시도하고 또 개스 등 온갖 수단을 써 패닉 룸 안에 갇힌 모녀를 밖으로 몰아내려는 3인조와 대결한다(사람이 급하면 아이디어가 나오는지 멕이 적의 공격에 대응하는 수법이 놀랍다).

패닉 룸 안팎에서 침입자들과 피신자들이 극한 대치를 하는 중에 새라가 발작을 일으키자 멕은 죽음을 각오하고 패닉 룸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상황이 급변하면서 이번엔 멕이 밖에 있고 2명의 침입자들(한 명은 총 맞아 죽었다)과 새라가 패닉 룸에 안에 있게 된다.

라스트 부분의 폭력 액션은 싸구려 처리이고(스테판에 대한 폭력도 지나치게 사납다) 도망가던 버냄을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도록 한 것은 이해 못할 처사. 어쨌든 모녀는 용감했다. R. Columbia.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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