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융자 에퀴티론 붐

2001-10-11 (목)
크게 작게

▶ 30년래 최저금리 불황

재융자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재융자만이 아니다. 주택 가격이 치솟자 에퀴티를 이용해 2차 융자를 뽑으려는 소비자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 최근 30년 이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이자율도 원인이겠지만 테러 이후 불확실한 미국 경기를 우려해 집 값이 오른 김에 미리 현금을 챙기겠다는 주택 소유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 따라 다르지만 10월5일 현재 고정금리(27만5,000달러 미만 컴퍼밍)는 30년 6.375%, 15년 5.75%를, 점보는 각 8%와 6.625%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연합(MBAA)은 뉴욕 테러사건 이후 재융자가 74%나 늘어났고 마지막 한 주간만도 총 3,460건의 신청이 쇄도했다고 발표했다. 퍼시픽 유니언 뱅크(구 가주외환은행)도 9월 들어 재융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70%로 크게 올랐다.

밸리에서 자동차 정비업 종업원으로 일하는 윤성준(38)씨는 지난 2월 7.9%의 주택 이자율을 6.9%으로 재융자했었다. 윤씨는 요즘 집수리를 위해 에퀴티에서 3만달러를 뽑아 쓸 계획으로 은행에 2차 융자를 신청중이다.


풀러튼의 김태영(40)씨도 최근 ‘라인 오브 크레딧’(Line of Credit)을 신청했다. 4년전 23만달러(당시 5만달러를 다운페이먼트 했음)에 구입한 주택이 최근 35만달러까지 올라가자 10만달러짜리 라인 오브 크레딧을 확보해 두려는 것이다. 당장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미국 경기에 대비해 집 값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 돈줄을 잡아 놓자는 의도다.

밀워키에 위치한 모기지 개런티보험사의 마이클 짐머만 연구원은 "테러 이후 집값이 곤두박질 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이 최상의 주택 가격과 이자율을 유지하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가능한 최대의 현찰을 확보해 보자는 심리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융자
이론상 이자율 차이가 2% 이상일 경우 재융자를 권장한다. 재융자에 소요되는 제반비용을 감안할 때 이자율 차이가 크지 않으면 별다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1~1.25%라도 5년 이내에 집을 팔지 않는 다면 재융자를 추천한다.

퍼시픽 유니언 뱅크의 주택 융자부 자넷 마 부장은 "27만5,000달러 이상의 점보 융자의 경우 1%의 이자율 차이라도 페이먼트가 크게 변한다"면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7% 이상의 이자율을 가지고 있다면 재융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퀵큰 융자사의 댄 길버트도 7.25% 이상이면 재융자를 해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기지 라인의 크리스 김씨는 "3년 이내에 집을 판다면 재융자는 오히려 손해"라며 "자신의 이자율이 현재와 1.25% 차이라면 적극 권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현재 30년 고정금리로 7% 이자율의 경우 20만달러를 재융자 받는다면 약 90달러의 월페이먼트를 절약할 수 있다.

20만달러의 7% 이자율로 월페이먼트는 1,330달러가 되지만 6.375%로 재융자하면 1,247달러로 줄어든다. 월페이먼트 차이가 100달러를 넘지 않지만 4년이면 대략 2% 남짓한 재융자 비용을 회복할 수 있다.
또 요즘같이 낮은 이자율이 계속되면서 30년을 15년을 바꾸려는 사람들도 많다.

융자금 20만달러를 15년 5.75%로 계산하면 월페이먼트는 1,660달러가 된다.
재융자시 소요되는 비용은 1%의 융자 커미션과 에스크로, 감정비등 기타 비용까지 합해 대략 2% 수준이다. 이는 주택 구입 때와 동일하다. 20만달러를 융자한다면 4,000달러 가량의 경비가 소요된다.


■2차 융자
일반적으로 2차 융자는 현재 남아있는 융자금액이 주택 감정가격의 80% 미만이면 가능하다.
A씨의 주택 감정 가격은 30만달러이고 현재 남아 있는 모기지가 20만달러이다. 30만달러의 80%는 24만달러이므로 A씨가 은행에서 2차 융자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은 4만달러로 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택 감정가격의 9% 또는 100% 미만인 경우도 2차 융자를 해주는 은행들은 있지만 좋은 이자율로 융자를 받기는 어렵다.

▲홈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
일반 크레딧카드와 같이 에퀴티 금액만큼을 언제나 사용할 수 있도록 구좌를 개설해 해두는 방식이다.

A씨가 라인 오브 크레딧을 개설한다면 4만달러 한도 내에서는 항상 사용할 수 있다. 이자율은 물론 변동이다. 보통 우대금리(Prime Rate)에 개인 크레딧 기록에 따라 0.5~1.5%정도로 적용된다. 요즘의 우대금리를 6.0%로 계산하면 이자율은 6.5~8.5%가 된다.

융자 기간은 10년 또는 15년이며 우대금리에 1.0%를 가산한 이자율(7.0%)로 4만달러를 모두 사용했다고 가정할 경우 한달 페이먼트는 최소 230달러(이자)가 된다.

사용 금액은 계약기간에 모두 갚아야 하며 페이먼트 기록에 따라 연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구좌를 개설해 놓고 사용을 하지 않거나 신용도에 문제가 발생하면 융자기관에서 해약을 할 수도 있다.

▲에퀴티 론
사용 가능한 에퀴티를 현찰로 일시에 융자받는 방식이다.
많은 주택 소유주들이 에퀴티 론을 받아 주택 수리나 크레딧카드 등 각종 부채 탕감에 사용하고 있다. 이자율은 라인 오브 크레딧과 동일하지만 은행에 따라 고정 금리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같은 낮은 이자율에서는 고정 금리를 받기가 힘들다.

에퀴티 론은 증권시장 붕괴 등 올 초부터 둔화세를 보이는 미국 경기를 지탱해 주던 버팀목이었다. 주택 가격이 오르고 에퀴티가 쌓이면서 주택 소유주들은 이를 뽑아 사용하면서 소비심리가 자극되고 시중에 돈이 도는 활기찬 경제 구조를 주도해 왔다.

수십여년 만에 가장 낮은 이자율을 기록하는 호조건 속에서도 재융자 신청을 못하는 주택 소유자들이 많다.
변동이자율로 융자를 받은 적지 않은 주택 소유주들이 ‘프리 페이먼트 페널티’(Prepayment Penalty) 조항에 묶여 이자율이 낮아도 재융자를 신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융자를 받은 후 일정기간(보통 3년) 이내에 다시 융자를 받아 갚을 때에는 일정 비율만큼 벌금을 물리는 조항이다. 일반적으로 1년 이내에 재융자를 받을 경우 융자금액의 3%, 2년은 2%, 1년 1% 비율로 벌금을 내야 한다.
풀러튼의 김태영씨도 변동이자에서 재융자를 받아 고정으로 바꾸려다가 자신도 모르는 벌금 조항에 묶인 케이스다.

고정금리의 경우 10여년전 연방법으로 프리 페이먼트 페널티 항목을 금지시켰으나 변동이자율은 규제가 없다. 한 융자관계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변동이자율을 받았던 고객들이 자신도 모르게 벌칙 조항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서 "최종 서명하기 전에 미리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관계자는 "융자 브로커들이 변동 이자율에 페널티 조항을 넣을 경우 모기지 은행으로부터 사례금을 더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