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디지털 인테리어

2001-09-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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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시대를 맞이하며 인테리어도 변화하고 있다. 이제 하루라도 인터넷이 끊기면 불편함을 느끼고 실수로 셀폰을 놓고 나오기라도 하면 안절부절 하지 못할 정도로 통신문명과 일상생활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공간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집안의 리모컨들을 모아 보면 생각지 못할 만큼 많은 리모컨의 수에 흠칫 놀라게 될 것이다. 자연 그 수만큼 많은 것이 일렉트릭 시스템. 이것들은 실내 공간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며 요즘 시대에 편리한, 편안한 공간을 가늠하는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최첨단 인테리어

열쇠 없이 단지 맨 몸으로도 통과할 수 있는 입구, 요리는 물론이고 e메일도 검색하고 TV도 시청할 수 있는 주방 가구, 영화관 못지 않은 안방극장과 카페를 연상시키는 오디오실, 사무실을 가지 않고도 집안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공간, 각 전시장에서는 인터넷 냉장고, 인터넷 보드 세탁기와 같은 인터넷 가전 제품, 디지털 텔리비전, DVD 플레이어, PDP, LCD 모니터 등 최신 가전 제품들이 실제 공간에 설치되어 그 기능과 효과를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이제는 책상 위에 컴퓨터는 필수이며 그밖에도 오디오, 계산기 등 다양한 전자 제품들이 필요하다.


▶인기를 끌고 있는 최신형 정보통신 기기들

자연히 집안에 흩어져 있는 리모컨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주부들은 부엌에서 일을 하면서 음악을 듣고 메일을 받고, 사진을 찍고, 각종 내부 시설을 체크하고, 심지어는 집에서 식품을 구입하고, 디지털 텔리비전으로 온라인 샤핑도 할 수 있게 됐다. 거실, 침실, 주방, 서재, AV실 각 공간에 설치된 디지털 제품들은 마치 미래의 공간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이것을 단지, ‘미래의 공간’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더 새로운 디지털 제품의 출생과 그것들이 공간 속으로 침투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빨리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재의 공간을 가장 정직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해야 함이 옳은 얘기인지도 모른다.

비단 한 전시장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인테리어 경향이 이 디지털 기기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각종 가전 제품들로 연출된 통일감 있는 인테리어이다. 최첨단 전자 기기들은 바닥재, 벽지, 가구, 소품들과 어울려 새로운 인테리어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이름하여 ‘하이텍 인테리어’. 하이텍 공간에서는 인테리어도 각종 전자 제품들과 잘 어울린다. 전자기기에 어울릴 만한 소재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내에는 천연 원목을 중심으로 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유리 플래스틱,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소재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서랍장과 부엌 가구의 메탈 손잡이,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조명 기구, 은백색 기하학적 무늬의 그릇, 신소재 유리로 꾸민 아트 월과 도어, 이러한 요소들은 나무와 첨단 가전제품을 이어주는 아주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한동안 유행하던 내추럴과 젠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혼합되었고, 여기에 극단적인 현대성까지 표현되고 있다. ‘너무 차갑거나 딱딱한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스틸 알루미늄에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컬러를 사용하고 천연 무늬 목을 곁들여 매치 시키고 딱딱한 소재를 부드러운 질감으로 변형하여 삭막함을 가볍게, 또는 밝게 유도하면 한층 분위기가 살아난다.

▶단순해진 인테리어


실내는 오히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졌다. 많은 전자기기의 컬러를 통일하고, 그것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처리하여 커다란 가구 안에 정돈하거나 세련된 디자인의 작은 전자 기기들이 실내를 장식하는 소품으로 역할하기 때문이다. 절제된 가구가 만들어낸 여백 때문에 어찌 보면 동양적인 느낌이 풍겨나기도 한다. 이런 트렌드가 전개되다 보니 집을 꾸미거나 고를 때도 집안에 구성된 디지털 체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소비자, 시공회사, 전자회사 모두가 마찬가지이다.

소비자는 집에 시공된 마감재나 구조 외에 단지 내 제공되고 있는 정보통신 능력, 가구 안으로 매입시킨 전기기구들의 종류와 성능에 더 관심이 많다. 뭔가 새로운 기능이 더 해질수록 호감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시공사들 또한 모델하우스를 꾸밀 때 최신형 가전제품을 고려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설계하게 되고, 지역 정보, 전자 상거래, 금융, 부동산, 영화, 각종 생활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전자 서비스들을 제공할 것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다.

▶리모컨 시대로

리모컨으로 조도를 조절하고 점등, 소등할 수 있는 조명이라든가 주방 가구와 함께 매입 처리된 냉장고, 오디오, TV, 그리고 집안의 안전을 지켜주는 기기 등은 보편화된 장치이다. 여기에 한발 앞서 가전제품에 통신기능을 내장한 정보 가전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기술을 주방 가전제품에 응용하여 주부의 비서기능을 할 수 있는 개념의 제품을 출시했고 이 제품이 갖추어진 주방공간을 통해 주부는 일 외에 여가와 재충전의 시간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인테리어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디자인 스타일과 정보 통신기술, 소비자의 감각적인 취향이 ‘디지털 인테리어=편안함 또는 편리함’이라는 느낌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오늘은 파란색으로 소파에 조명을 깔고 바다 냄새에 하와이안 정취를 담은 음악과 함께 하는, 그 날 그 날 기분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인테리어가 곧 등장할 것도 같다.

(213)309-5388, (909)482-9555, janicej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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