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간판 이야기

2001-07-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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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게를 가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가게 이름을 정하고 간판을 디자인하고 홍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요즘처럼 광고가 중요한 시점에선 1차 광고역할을 하는 간판의 선택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학교에서 광고공부를 할 때 식당이나 상점 프로젝트를 하면 간판과 메뉴판까지 함께 제작하는 것이 통례였다. 그만큼 간판이 주는 효과가 상점의 얼굴처럼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효과적인 간판이야말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첫 걸음일지 모른다.

간판은 상점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최초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유독 시선을 모으거나 튀어 보이는 간판은 매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소비자의 기억에 잠재하여 언제고 그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간판. 그러나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간판이다. 그만큼 재료도 다양하며 간판의 소재가 발전을 거듭하여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크릴, 네온, 조명 플렉스 원단, 광섬유, 대형 전광판, 논네온 등 이름마저 익숙한 간판 홍수시대다.


아크릴은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이 없지만 파손이 용이하고 수명이 길지 않으며 단순하고, 플렉스 원단은 반영구적이고 밝기도 좋고 프레임 컬러도 다양하며 세척이 용이하나 획일화되어 특징이 없다. 네온은 시각적 효과가 크며 밤의 간판의 꽃이라 지칭되지만 네온관 파손이 잦은 게 흠이다. 논네온은 건물 전체 표현은 최고이나 상호 등의 작은 표현은 불가능하고 실내 표현은 용이하다.

간판의 가격은 당연히 간판의 소재와 크기에 비례하고 소재와 가격대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사업 내용과 간판 디자인의 일체감이다. 고가의 상품을 판매하는 곳에 평범하고 대중적인 소재와 디자인의 간판을 설치한다면 간판의 효과를 기대하기는커녕 가게의 이미지를 절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일체감은 어디서 만들까? 최근의 간판 추세는 간판의 일차적인 홍보차원을 넘어서 고객에게 구매의욕과 기업 이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같은 사업체가 근처에 여러 개 밀집해 있을수록 독창적으로 타업체와의 경쟁력 향상 등 부수적인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개성을 중요시하고 미적인 측면과 건물이나 주변과의 조화, 업소만의 남다른 개성을 많이 반영하여야 하고 크기와 디자인을 함께 기획해야 한다. 가능한 간단히, 그리고 확실하게 상점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로고와 간판 형태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색상 선택도 마찬가지다. 욕심껏 이 색 저 색을 사용하다보면 이미지 전달이 수월치 않을 수도 있으니 고객에게 친근감과 구매의욕을 느끼게 하는 독특하고 깔끔한 시선을 끄는 간판을 만들자.

상호를 결정한 후 돌출이나 여러 형태의 간판의 형태와 위치를 잡는 것이 중요하고 전문가와 상의한 후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상호를 크게 넣을 것인지 취급품목을 넣을 것인지 독특한 캐릭터를 사용할 것인지 등을 고려한다. 시각이 가장 집중되는 위치를 정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미 제작에 들어가면 수정이 힘들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므로 시안 작업 때 꼼꼼히 점검하고 허가를 꼭 받아야 하는 것인가 잘 확인해야 한다. 안전도나 미관상 심의를 거쳐야 하는 간판도 있으므로 번거롭더라도 사후 발생 요소를 예방하고 시공 당시 안전도와 관리에 관한 계약을 맺어 두는 것도 좋다.

꽃과 웨이터의 모습으로 이미지 처리를 한 식당 간판서부터 철제를 이용하여 달리의 감각을 나타낸 간판, 문이나 조각, 기둥 등을 이용 연결해 강한 이미지를 더 연장시키는 간판, 클래식한 감각이 도는 고급스런 영국풍의 간판, 회화적이거나 혹은 아기자기한 간판, 벽화를 이용한 간판, 회벽과 글씨만을 이용한 간판, 간단한 카피로 구성한 간판, 단순하고 심플한 감각으로 와 닿는 간판, 그림과 문자로 상점의 이미지를 나타내주는 간판등… 무심히 지나던 간판들을 이젠 새로이 눈여겨보고 단순한 간판이 아닌, 엑스테리아 디자인의 꽃으로 인식하며 실내디자인과 일치되는 연장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생각 없이 지나다 선뜻 눈에 띄는 강한 인상의 간판! 순간에 이루어지는 광고적 순간 이해 역할에 빼어난 간판! 눈으로 읽으며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카피의 단순한 구성! 남다른 개성과 감각적이고 탁월한 디자인의 간판으로 타 업소와 뛰어난 차별성이 4가지 요소를 만족시키면 효과적인 간판이 될 수 있다.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간판은 그 상점의 얼굴이다. 이젠 감각적인 엑스테리아의 첫 몫을 간판이 해낸다.

이글거리는 강렬한 색상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화사한 색상으로, 각자의 모습으로 속삭여 오는 간판은 그저 위치를 알리는 역할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부각하고 강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디자인의 마무리이다.

(213)309-5388, (909)595-5605, janicej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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