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의 비명으로 시작되는데 이 산모가 얼트라사운드의 예보와 달리 그만 딸을 낳자 친정 어머니는 “이제 우리 딸은 이혼 당하게 생겼구나” 라며(얼마 전까지 한국에서도 그랬다) 고뇌에 찬 표정을 지으며 병원을 빠져나간다.
이 장면에서 알 수 있듯 이 ‘고리’는 개체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얼마든지 서로들 대체될 수 있는 고리의 구성요인과도 같은 이란 여성의 현실을 사실적이요 극적으로 그렸다. 이야기는 고리처럼 여자에서 다른 여자의 것으로 이어진다.
‘하얀 풍선’과 ‘거울’을 만든 자파르 파나히의 작품(작년 베니스영화제 대상 수상)으로 내용 때문에 이란에서는 상영금지 조치를 받았다.
카메라가 병원을 빠져나오는 여인을 뒤따라가다가 벅적거리는 도심에서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빠르게 걷는 차도르를 입은 세 여인을 쫓아간다. 커다란 눈을 한 소녀 모습의 나제스(나제스 마미자데)와 나제스보다 성숙한 아레주(마리암 파빈 알마니) 등 세 여인은 교도소에서 임시 외출증을 얻어 나온 죄수들로(이들이 무슨 이유로 옥살이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나제스는 고향에 돌아가는 게 목적이다.
아레주와 나제스가 사방에 깔린 불심검문 경찰의 눈을 피해 나제스의 여비를 마련하려고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이란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사회적 제약(공공장소서 담배를 필 수 없고 미성년자는 남자나 신분증 없이는 여행할 수도 없다)들이 묘사된다. 반면 남자들은 이 두 여자(한 여자는 처음에 경찰에 체포된다)를 마음대로 희롱, 남성위주의 이란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이어 탈옥수로 임신한 파리(페레쉬테 사드르 오라파이)가 종종걸음으로 집엘 찾아갔다가 “죽여버리겠다”는 오빠에 쫓겨 달아난다. 파리는 교도소 친구로 지금은 의사의 부인이 된 엘함(엘함 사보크타킨)에게 임신중절을 간청하나 도움을 못 받는다.
파리에 이어 어린 딸을 길에다 버리는 여인(파테메 나가비) 그리고 창녀의(남자는 풀어주고 창녀만 유치장으로 압송되는데 이 여자가 차안에서 담배를 태우면서 다른 여자들이 못 핀 담배 맛을 즐긴다)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런데 창녀가 들어간 유치장에는 교도소에서 나온 여자들이 모두 먼저 들어와 있다.
영화는 당직 경찰이 유치장 안에다 대고 한 여자의 이름을 부르며 찾는 것으로 끝나는데 얼굴을 모르는 이 여자의 이름이 처음 산모의 이름이다.
파나히 감독은 첩과 혼외정사와 임신중절과 창녀와 자식 방기 등 이란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 특히 여성들이 겪는 여러 가지 부당한 대우를 꾸밈없이 노출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핏대를 올리면서 이런 것들을 비판하지는 않는다. 보는 사람에게 판단을 맡기고 있다.
결국 이란 여자들에게는 사회가 하나의 커다란 교도소라는 것을 많은 이란 영화들처럼 네오리얼리즘 스타일로 표현했는데 호소력이 강하다.
성인용. Winstar. 뮤직홀(310-274-6869), 타운센터5(818-981-9811), 타운센터4(714-571-4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