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이 멜로영화를 기피하는 이색 현상이 벌어졌다.
전도연 이미연 이미숙 김윤진 신은경 등 정상급 여배우들이 최근들어 약속이나 한 듯 저마다 멜로 장르를 피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상급 여배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배두나 임은경 등 신진 세력들도 마찬가지 태도다.
"액션을 하고 싶다"던 전도연은 국내 최초의 여자 버디무비 성격이 강한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를 적극 선택했고, 신은경은 <조폭 마누라>에서 아예 폭력조직의 전설적인 싸움꾼으로 등장한다. 김윤진 또한 차기 역으로 SF 액션대작 <예스터데이>의 범죄 분석가를 일찌감치 택했다.
현재 <베사메무쵸>에 출연 중인 이미숙은 "다음 작품도 역시 새로움으로 가득 찬 영화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미연은 <흑수선>에서 간첩죄로 체포된 장기 복역수로 등장한다.
이들은 내놓고 ‘멜로영화는 이제 질렸다’ ‘멜로영화가 싫다’고 밝히진 않는다. 하지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석에선 멜로영화에 대한 거부 반응을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왜 이렇게 됐을까. 불과 얼마 전까지 멜로영화 붐을 이끌었던 이들이 왜 바뀌었을까.
간단하다. 한국 멜로영화의 한계 때문이다.
멜로가 액션, 스릴러, 코미디, 드라마, 멜로 등 다른 장르보다 열등한 장르인 것은 아니다. 도리어 멜로는 국내 관객들이 선호하는 장르이고, 여배우들의 도약 무대였다. 모름지기 여배우는 멜로 연기를 할 줄 알아야 스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이런 멜로 영화가 상상력과 흥행에서 모두 한계를 드러냈다. 빈곤한 상상력을 ‘일상 멜로’란 이름으로 강변하며, TV 단막극 수준의 작품을 양산했다.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멜로 영화의 특성을 무시한 채 이도 저도 아닌 ‘잔잔한 에피소드’로 관객들에게 시간과 돈 투자를 요구했다.
지금 상영 중인 <인디안 썸머>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도 ‘잔잔한 에피소드’ 수준의 이야기에서 탈피한 덕택이다.
이 때문에 여배우들만 힘겨운 흥행 짐을 떠안았을 뿐 아니라 반복된 이미지의 소비로 수명을 단축했다. 그 결과가 급기야 멜로영화 기피로 이어진 것이다.
관객들로선 여배우들의 새롭고,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가운 현상이다. 새로움을 요구하는 여배우 때문에 제작자나 감독들은 당분간 고단하겠지만.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