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한국영화 의무편성 비율(전체 방영시간의 25%)이 늘어남에 따라 최근 방송사 간 한국영화 판권구입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이사장 문성근)가 지난 2월에 발표한 MBC, KBS1, KBS2, SBS,EBS, iTV 등 6개 방송사의 한국영화 편성 현황(200년 6-9월)에 따르면 한국영화 방영 규정을 준수한 방송사는 SBS뿐이다. 또 이들 6개 방송사의 평균 한국 영화 편성비율은 20.4%로, 평균 4.6%가 부족했다.
이에 따라 방송사에서는 방송위가 고시한 올해 4월 30일까지 편성비율을 맞추기위해 재방을 포함한 한국영화 판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방송사 영화 구매 담당자들은 `수요에 비해 물량이 달린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각 방송사가 1년 동안 내보내야 하는 영화는 30여 편. 그러나 한해 제작되는 한국 영화는 50-60여 편 안팎이다. 여기에 폭력적, 선정적인 작품을 제외하면 실제 방영할 수 있는 작품은 얼마되지 않아 이를 다시 방송사들이 나누다보면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권 가격도 대폭 뛰었다.
MBC 영화부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선 말할 수 없지만 높아진 것이확실한 추세"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외국과 한국 영화를 5-10편씩 묶어서 `패키지’로 구입하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내긴 힘들지만 2배 정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 영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괜찮은 방화가 웬만한 외화보다 낫다’는 인식이 확산돼 흥행작들에 대한 경쟁은 한층 뜨겁다.
국내 영화 사상 최고 흥행작인 <공동경비구역 JSA>의 TV방영권은 한국 영화 최고 가격인 약 12억 원에 SBS에 팔렸는가 하면, 지난 99년 <쉬리>는 6억 5000만원에 KBS에 낙점됐다.
또한 최근 충무로에는 `옛날’영화라 하더라도 작품성을 갖춘 영화의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제작사나 감독들에게 방송사로부터 판권 구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정지영 감독은 "얼마 전 모 방송사로부터 <남부군>의 재방권을 계약하자는 연락이 왔다"면서 "최근 몇몇 감독이나 제작사들도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전했다.
이에 대해 KBS 편성국의 한 관계자는 "방송위원회가 무리하게 한국 영화 비율을 책정하다보니 영화 재방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영화 판권 구입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SBS와 KBS.
SBS는 <공동경비구역JSA>을 비롯 <텔미 섬딩> <반칙왕> <킬리만자로> <불후의 명작> <선물> <하루> <해피엔드> <행복한 장의사>등 최신 흥행작을 대부분 선점했으며, KBS는 <리베라메> <박하사탕> <춘향뎐> <가위> <아나키스트> <시월애>등을 구입했다.
반면, MBC는 최근 <자카르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등 2편을 구입했으며, 재방 위주로 영화를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영화인들은 "한국 영화가 드디어 `제 값’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외화는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하면서도 한국영화는 심야 시간대에 편성하는 경향이 많다"며 방송사들의 `형식적인’ 편성비율 맞추기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