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름답고 슬픈 멜로 <선물>

2001-03-1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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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맑은 비극, 눈물의 개그

개그맨은 슬픔 앞에서도 남을 웃길까. 아내가 불치병으로 죽는데도 웃을 수 있을까. 웃음 만들기를 천직으로 삼은 개그맨들은 직업이 지닌 가치에 비해 때론 제 대접을 못받는다.

오는 24일 개봉 예정인 새 영화 <선물>(좋은영화사, 오기환 감독)은 이런 개그맨의 아픔을 진한 눈물 속에 담은 작품이다. 멜로영화 코드에 충실한 <선물>은 많은 눈물을 쏟게 만든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슬픔 앞에서도 웃어야 되는 개그맨이 주인공이기에 <선물>이 만들어내는 눈물엔 소금기가 담겨 있고, 그래서 찡하다.

<선물>은 어떤 영화?

이정재 이영애 주연의 멜로 영화 <선물>은 젊은 부부의 사랑과 죽음을 그린 작품이다.

중심 줄거리는 흔한 멜로 소재다. 그러나 <선물>은 평범한 멜로 영화가 아니다.

시사를 한 일부 영화 관계자는 "<약속> <편지>보다 뛰어난 작품"이라 평할 정도다.

일부에서 <선물>을 눈물 멜로의 최대 흥행작인 <약속> <편지>보다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하는 원동력은 주인공을 개그맨 남편과 죽음을 앞둔 그 부인으로 삼은 데 있다.

남편의 직업을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인과 TV 개그쇼에서 무대 바람잡이 역에 그치는 3류 개그맨 남편은 감당할 수 없는 비극 앞에서도 마음놓고 울지 못한다.

남을 웃기는데 지장을 줄까봐.


울음을 참고 또 참는 두 사람 때문에 <선물>은 자연스럽게 절제를 확보하게 됐고, 관객들은 거꾸로 하염없이 울게 된다.

무능한 이정재, 추레한 이영애?

이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데 최대 관건은 이정재 이영애의 연기다.

3류 개그맨이라 하기엔 너무 세련되게 생긴 이정재, 추레한 주부라 하기엔 너무 예쁘게 생긴 이영애가 과연 팬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출 수 있을까. <선물>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키다.

두 사람은 이런 주위 걱정을 안다는듯 안정된 캐릭터 분석력과 연기력을 선보였다.

죽음이 임박했음을 숨기는 이영애와 이를 알면서도 모른 체 하는 이정재가 처음으로 슬픔을 터놓는 병원신에선 자신을 버림으로써, 진정한 배우가 되는 짜릿한 경험을 한다. 스크린 속의 모습은 누추했지만 그래서 차라리 아름다웠다. 두 명 덕택에 <선물>은 갈수록 연기력이 좋아지고 있는 한국 영화계의 최근 분위기를 소중하게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정재에게 페이소스가 담긴 연기까지 기대하기엔 그의 나이가 너무 젊다.

헛헛한 눈물이 아니다

지금까지 관객을 울린 영화는 꽤 있다.

그러나 <선물>은 그냥 울리지 않는다. 흐르는 눈물에 소금기가 담겨 있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프게 극중 인물의 슬픔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아들 부부 때문에 가슴에 못이 박혔던 시부모가 며느리를 찾아와 사진관에서 가족 사진을 처음 찍는 모습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닭싸움 신을 연상시킨다.

극중 인물들의 비극적인 앞 날을 감지하는 관객들은 스크린 속의 인물들이 짧은 행복 앞에서 해맑게 웃을 때 눈물을 참을 수 없다. <선물>은 미소로도 울릴 줄 아는 영화다. 그 방식이 작위적이고, 촌스러울지라도.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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