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행금리보다 2~3% 높을땐 바람직

2000-09-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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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지 조기 상환

모기지 융자를 끼고 있는 집을 갖고 사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모기지 페이먼트만 없어도…"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매달 정해진 모기지 페이먼트 외에 수십달러에서 수백달러까지 여력이 있는 대로 페이먼트를 더 하는 사람들의 희망은 모기지 융자를 조금이라도 일찍 상환해 ‘지긋지긋한’ 페이먼트가 없이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기지 페이먼트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줄이기 위해 추가로 페이먼트를 하는 것은 과연 현명한가.

’모기지 융자를 조금이라도 일찍 청산하기 위해 모기지 페이먼트를 몇 푼씩이라도 더 내는 것이 과연 현명한가’하는 문제에 대한 재정문제 전문가들의 답변은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이 처한 상황이라는 것은 개인의 경제적 여건과 함께 모기지 융자를 받아 있는 해당 주택에 얼마나 오랫동안 살 것인가, 모기지 융자의 금리는 얼마인가, 재융자를 받은 계획이 있는가 하는 것 등이다.


개인의 경제적 여건이란 약정된 모기지 융자 페이먼트 외에 매월 얼마씩 돈을 더 낼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뿐 아니라 예상할 수 있는 장래에 이 돈을 다시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같은 점은 특히 수천달러 또는 수만달러의 여유 자금이 생겨서 목돈으로 원금을 줄이기 위한 페이먼트를 할 것이냐를 결정할 때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수만달러의 여유 자금을 몽땅 모기지 융자 상환에 썼다가 예기치 못한 불경기로 직장을 잃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불구가 됐을 때에는 재융자를 받기도 어렵고 재융자를 해준다 해도 조건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여유 자금으로 생긴 목돈을 몽땅 모기지 융자 축소에 쓰는 것은 현명치 않다는 조언이다.

이같은 고려를 전제로 한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직접적 조건은 우선 해당 주택에 얼마나 오랫동안 살 것인가 하는 계획이다.

이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당 주택에 오랫동안 살 계획일 경우에만 모기지 융자를 현저히 삭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말하는 ‘오랫동안’이라는 것은 적어도 수년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고 수년 동안만 살다가 집을 팔 계획이 있다면 굳이 모기지 융자를 줄이기 위해 추가 페이먼트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물론 한 달에 100~200달러 정도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 문제는 현재 모기지 융자 금리가 얼마냐 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모기지 융자를 줄이기 위해 페이먼트를 더 하는 것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모기지 융자 금리와 같은 이자율로 확실한 이익이 보장되는 투자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모기지 융자금리가 8%인데 여유자금이 1,000달러가 있어 이 돈을 모기지 융자를 줄이기 위해 렌더에게 갚았다면 1,000달러를 투자해 연간 80달러의 이자를 보장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 같은 저금리 사회에서는 연간 8%의 투자이익이 보장된다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모기지 융자 상환기간이 20년이 남았다면 1,600달러의 이익을 보장받는 셈이다. 이같은 계산에 따라 전문가들은 4~5년 정도 살고 집을 팔 계획이라면 추가상환이 의미가 없고 적어도 10년 이상 같은 집을 갖고 있을 경우에는 추가상환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모기지 융자 금리가 7%라면 어떻게 되는가. 7%의 금리라면 비교적 낮은 것이므로 굳이 융자상환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칼로 두부를 자르듯 "모기지 융자 금리가 몇 %면 상환을 서둘러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약 8% 정도면 조기 상환도 추천할 만하고 9~10%선이면 상환이 현명하다는 결론이다. 10~20년씩 매년 9~10%의 이자율이 보장되는 장기 투자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목돈을 동원해 모기지 융자를 조기 상환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이같은 목돈을 모기지 융자 상환에 쓰고도 여유 자금이 있는 경우라면 굳이 이자를 내는 주택융자를 쓸 필요가 없으나 처음부터 모기지 융자를 끼고 집을 사야 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수만달러의 여유자금만 해도 상당한 액수이므로 이같은 돈이 생기면 일부를 모기지 융자 상환에 쓰고 일부는 유동성이 보다 높은 투자종목을 선택해 관리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한 남성은 유산으로 물려받은 6만5,000달러를 모기지 융자 조기상환에 썼는데 실직을 하게 돼 렌터측에 재융자를 교섭했으나 실패해 아주 어려운 순간을 맞아야 했다. 목돈으로 융자금 일부를 조기 상환한다 해도 월 페이먼트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목돈을 동원한 융자금 조기상환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재정문제 전문가들은 모기지 융자 조기상환과 관련, "융자금 상환으로 이자 부담이 줄어 소득세 신고시 불이익이 있다는 지적이 있으나 이같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모기지 융자 이익에 대한 세제 혜택은 모기지 이자 1달러에 대해 소득세 1달러를 감면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기지 이자로 1,000달러를 낸 사람이 소득세율이 28% 해당자일 때 연방소득세 감소액이 280달러에 불과한 것이다. 280달러를 벌기 위해 1,000달러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사실 대부분 렌더들은 주택 소유주들이 모기지 융자액 원금을 줄이기 위해 추가 페이먼트를 하는 것을 환영한다. 렌더의 원금 회수율이 빠를수록 렌터측의 투자에 대한 이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렌더들이 대부분 융자금 조기상환에 대해 제약을 두고 있지 않으나 일부 렌더는 융자금 잔액의 20% 범위 내에서만 벌금 없이 조기상환하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 소유주가 모기지 융자금을 조기상환하기 위해 한 달에 수백달러 범위 내에서 추가 페이먼트를 하는 것을 제지하는 렌더들은 사실상 거의 없다.

이같은 여러 조건을 고려한다면 주택 소유주들은 여유가 있다면 한 달에 수백달러 정도씩 정규 페이먼트 외에 돈을 더 내는 것은 이자부담 감소와 융자금 조기 상환을 위해 추천할 만하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은 같은 주택에 10년 이상 계속 살지 않을 경우에는 그다지 극적인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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