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어 해석 잘못하면 자칫 큰 손실 볼수도

2000-08-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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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계약서

▶ 김희영 (김희영 융자/부동산 대표)

영어 해석 잘못으로 웃고 넘길 수 있는 일도 있지만 큰돈이 날아가 버리는데 문제가 있다. 특히 부동산과 관련된 계약 시에는 분명한 뜻을 집고 넘어가야 한다. 변호사도 영어 해석을 잘못해서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사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여기에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숏세일(Short sale): ‘숏세일’ 전문이란 광고를 보고는 ‘단시간에 빨리 판매’하는 뜻으로 해석을 했다. 부동산 업자에게 물어보니 "빨리 판매해 주겠다. 지금부터는 월부금을 지불 안해도 된다. 판매할 때 체납된 돈 지불하면 된다. 신용기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단다. 돈도 없던 차에 아주 잘 됐다고 생각했다. 몇 달이 지나도록 판매는 안 되었고 밀린 목돈을 지불 못하게 되다 보니 아파트는 어처구니없이 차압당하고 말았다. 이런 무책임한 복덕방장이가 어디 있느냐면서 땅을 치고 한탄해 본다. short sale 뜻은 ‘소유주가 아닌 사람이 부동산 판매를 협조’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이 원금을 탕감해줌으로 판매를 한다는 것이다. 숏세일로 판매를 했어도 신용기록에 문제가 발생한다. 최저 2년이 경과되어야 하고 신용이 좋아야 정상적인 융자를 받을 수 있다.

2. 융자에 대한 개인적 책임: 교포 C변호사는 아파트 구입자 김씨를 위한 계약서를 작성해 주었다. 아파트를 속아 구입한 김씨는 1년 후에 파산신청을 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계약서에는, 구입자는 판매자의 융자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보장(personal liability, guarantee) 한다고 되어 있었다. 부동산이 담보가 되었을 때는 융자의 책임은 담보물이다. 그러나 융자받은 개인이 책임진다고 했을 때는 담보된 부동산과 개인까지 담보물이 되므로 파산신청을 하더라도 이 빚을 갚아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은 변호사 잘못으로 융자금 손실 85만달러와 다운페이먼트 150만달러를 손해 보았다. 변호사는 자기 잘못을 인정했지만 돈도 없고 보험도 없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말았다.


2. 상속을 위한 재산 신탁(Living Trust): 미국인 변호사 한 사람은 상속을 위한 재산신탁을 만들어 주었다. 상속재판을 받지 않고서 재산을 가족들에게 이전시키기 위한 제도로써 흔히 사용하는 제도이다. 재산을 신탁구좌에 의탁한 사람(trustor)과 재산을 받을 수혜자(trustee)로 구분된다. 변호사가 이 뜻을 정확히 구분 못한 결과 이들의 이름을 바꾸어 기재했다. 상속 재판에서 living trust 자체가 무효로 판결되므로 엄청난 손실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3. 임대 이전: 임대로 들어 있던 사업체를 판매한 몇년 후인 어느 날 옛 상가 주인으로부터 고소장이 날아왔다. 구입자는 돈을 벌어서 자기 부동산을 사서 나가버렸는데 이 사람이 이사하기 6개월 전부터 임대료를 지불 안했다는 것이다. 건물주는 새 입주자를 찾기 위한 광고비, 임대장소 변경 비용, 변호사 비용 등을 과거 판매자에게 지불하라는 것이었다. 판매자는 사업체를 판매할 때 건물주로부터 새 구입자에게 임대권 이전(assignment of lease) 허락을 받았다. 구입자가 지불 안한 임대료를 왜 판매자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 영어를 잘 몰라서 계약서를 안 읽어보고 서명했다면서 하소연했다. 판결은 사업을 하는 사람은 영어를 잘 몰라도 변호사한테 상담할 줄 아는 상식이 있는 사람이다. Assignment of lease의 뜻은 ‘임대 권리는 이양되어도 의무는 이양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임대권 이전’이란 영어 단어 해석 잘못으로 12만5,000달러를 배상해 주었다.

4. 매립(fill): 미국인 부동산 업자가 수영장을 메운 자리에 자기 집을 증축했다. 구입자는 집에 균열이 생기고 집이 내려앉기 때문에 판매자와 부동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했다. 부동산에 잘못이 있는 것을 밝히는 양식에 ‘매립’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인 판매자는 fill의 뜻은 쓰레기 매립장으로 해석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판매자와 부동산회사는 18만5,000달러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외에도 융자나 임대 계약에서 흔히 사용하는 issues and profits를 ‘발표된 이익’으로 해석하기 쉽다. 그러나 이 뜻은 ‘임대료 징수’이다. 위임장(power of attorney)을 변호사의 권력/힘으로 잘못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color of title을 ‘색깔 제목’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이 뜻은 ‘소유권 주장’이다. Demand deposit은 ‘계약금 요구’ 가 아니라 ‘투자가에게 발급한 증명서 판매 요구’이다. 시간의 단위인 ‘초’를 ‘second’라고 하지만 공청회 같은 회의 진행에서는 ‘동의’를 뜻한다. 영어 좀 할 줄 안다고 자기 기분대로 적당히 해석하면 돈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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