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여유로움

2000-08-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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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니스 (최필레오 인테리어 디자인)

나는 의자를 사랑한다.

벤치이건, 암체어이건 의자 하나가 갖는 독특한 표정은 평화로움을 전하고, 비어 있음을 담는 포용력을 느끼게 한다.

아무도 앉지 않은 의자를 보면 외로워 보이지만,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혼자만의 명상에 잠기는 주인을, 휴식의 공간으로 인도하는 의자의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모든 이는 저마다의 특별한 공간이 필요하다.
가사일 사이사이 쉬어 가는 앞뜰 나무 밑의 등나무의자, 지친 하루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가장의 오피스 안 편안한 안락의자, 상큼한 공기를 마시며 풍경에 젖는 테라스 앞의 철제의자, 어느 의자건 그마다 갖는 자리의 영혼이 전달된다.


그뿐 아니라 의자 하나가 놓여진 공간이 차지하는 면적은 꽤 충만하여 인테리어 효과가 무척 높다. 의자가 갖는 표정의 풍부함 때문이리라.

나는 특별히 의자에 갖는 애착이 남달라 학창시절부터 의자가 그려진 카드나 그림을 사 모으고 실제 의자가 마음에 들면 전시장에서건 어디서건 일단 앉아 느껴보는 버릇이 있을 뿐아니라, 프리마켓 등에서 독특한 피스를 보면 사서 모아두기도 했다.

한번은 세일중 1800년대 중국의 독특한 피스를 싼값에 산 적이 있었는데 중국의자 같지 않게 세련미가 넘치는 의자를 통해 그 곳의 문화와 역사까지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나만의 의자! 내가 좋아하는 공간!

그곳에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의자를 하나 장만하자.

프렌치 컨트리 스타일의 넝쿨 패턴의 편한 의자 하나를 침대 옆에 두거나, 체이스 라운지 의자를 장만하거나 자연적인 벤치 하나를 구입하거나, 우선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안정할 수 있는 자리를 정한 후 그 곳에 맞는 의자 하나를 코디네이트하여 고르자.

가죽으로 된 프렌치 클럽체어, 잘 디자인되고 클래식한 라인의 세일러 체어, 코지한 리트릿에 어울리는 롤 암체어, 등나무처럼 보이는 콘래드 체어, 어떤 의자건 본인이 좋아하는 모양에 편안한 패브릭을 즐기는 장소에 골라두면 그것 하나로 일단 나만의 공간이 형성되고, 그에 따라 조명이나 기타 액세서리가 첨가되면 더욱 멋들어진 공간이 된다.


그 의자에 앉아 눈을 감으면 큰 정원의 공기와 습기가 느껴지고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정경이 펼쳐질 것이다. 가끔은 일 하다가 쉬어 가는 것이 너무도 절실할 때가 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잠시 쉬는 휴식이 주는 여유로움은 삶에 연장선이 되므로 의자 하나가 감당하는 역할이 너무나 중요할 때가 많다.

의자를 고를 땐 다음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샤핑해야 하는데 운 좋게 프리마켓에서 다이아몬드 같은 의자 피스를 고르면 다행이지만, 보통 아래 6가지 포인트를 이해하고 고르면 비싸지 않고 좋은 의자를 선택할 수 있다.

1) 프레임
하드우드 프레임이어야 튼튼하다. 잘 말려져 싸이지 않는 우드여야 하며 들어봤을 때 무척 무거운 것이 하드우드 프레임이다.

2) 스프링
좋은 의자는 에잇웨이 핸드 타이드된 스프링을 쓴다. 각 스프링이 시트 밑에 묶여진 채로 포지션을 잡고 있다. 중간 가격의 의자들은 여러 타입의 스프링을 프레임에 붙이고 아주 싼 것은 아예 스프링이 없고 폼 패딩 정도만 있는 것도 있다.

3) 필링
백과 시트 쿠션은 다운으로 찰 수도 있고 가장 비싼 깃털과 다운으로 채워줄 수도 있으며 커튼이나 몰딩된 품등도 있다. 폼 쿠션에 깃털과 다운으로 채운 것이 100% 깃털과 다운으로 채운 것보다 가격이 더 싸고 편안하다.

4) 패브릭
고급 패브릭을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좋은 품질의 컨스트럭션을 사는 게 낳다.
의자를 아이나 애완동물과 같이 쓸 때는 빨아 쓸 수 있는 슬립 커버를 이용하면 관리하기가 편하며 색상은 웜 컬러가 좋다.

5) 디자인
디자인 또한 컨스트럭션 만큼 중요하다. 의자 선택시 시간이 흘러도 유행이 변하지 않은 것을 선택할 수도 있고 아주 비싸지만 투자가치가 있는 의자들을 고를 수도 있지만 편안히 여유롭게 즐기고 쉴 수 있는 디자인이 좋다. 편안히 몸과 머리를 충분히 기댈 수 있고 발도 뻗을 수 있게 오토맨도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6) 장소
의자를 잘 고른 후 생각했던 장소에 놓을 땐 TV을 향해 놓지도 말고 전화 가까이 놓지도 말자. 리빙룸에 놓여질 암체어를 얘기하는 것이 아닌 만큼 철저히 나만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의자로 배치하자.


어릴 적 한옥에서 양옥으로 이사온 후 아버지는 본인의 의자 하나를 두시고 본인만 앉아 즐기시던 일이 기억난다.

아버지 무릎에 올라가 살짝 앉아보던 금기의 의자. 낡아져 아파트로 옮길 때 버린 그 의자가 있었다면 아파트가 닭장 같다던 아버지 마음이 조금은 더 여유로웠을텐데....

아기를 안고 낮잠을 재울 때 흔들대는 의자, 바느질을 하면서 평화로움을 연출하는 의자, 지적인 자유를 즐기는 안락한 의자, 그 의자에 역사가 묻어난다. 포치 스윙, 바로셀로나 의자, 데니시 라운지, 의자의 모양도 다양하고 변천사도 다양한 까닭은 그만큼 의자에 두는 모든 이의 애착이 깊기 때문이리라.

의자 하나에서 책도 읽고 메일도 정리하고 벗에게 편지도 쓰지만 그 곳엔 의자 하나보다 더욱 차고 넘치는 영혼의 여유로움이 있다.


문의 (888)848-0360
(909)838-9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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