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구입시 ‘특별 융자’

2000-08-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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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철역, 버스정거장 인근

연방정부나 주정부 등 각급 정부 및 렌더들은 특정 범주에 속하는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특별한 융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각 범주에 속하는 바이어들의 특성에 맞춰 주택소유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 방침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버스정거장이나 전철역 인근에 있는 집을 사는 바이어들에게 주택융자를 일반 바이어보다 더 유리하게 해주는 프로그램도 이같은 특별한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패니매’(Fannie Mae)나 ‘컨트리와이드 홈 론스’(Countrywide Home Loans)가 버스정거장이나 전철역 인근에 있는 집을 사는 바이어들에게 일반 바이어보다 융자조건을 훨씬 완화시킨 보다 융통성이 있는 융자프로그램을 시작했다.

LA 비즈니스 저널 최근호에 따르면 ‘패니매’나 ‘컨트리와이드 홈 론스’는 환경보호단체 2개와 협조, 버스정거장이나 전철역 인근에 집을 사는 바이어들에게 표준적 융자조건에서 주는 융자금보다 5만달러 범위 내에서 융자를 더 많이 해준다.


’패니매’ 등이 이같은 융자를 시행하는 이론적 배경은 예를 들어 바이어가 전철역 근처에 산다는 것은 그가 출퇴근을 비롯한 교통수단으로 전철을 보다 많이 이용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로 인해 이같은 바이어는 보통 바이어보다 차량 유지비를 많이 절약할 수 있어 매월 모기지 상환 페이먼트를 더 많이 낼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패니매’나 ‘컨트리와이드 홈 론스’는 LA 일원에만 해도 이같은 융자 자격에 부합되는 지역이 많지만 현실적으로는 전철 사용에 따른 주민들의 저축효과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롱비치, 노스할리웃과 밴나이스에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

지상교통정책 프로젝트의 남가주 지역 매니저 글로리아 올랜드는 "우리가 시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중교통수단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그렇지 않은 주민들보다 차량보유 대수도 적고 이에 따라 저축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상교통정책 프로젝트’(Surface Transportation Policy Project)는 비영리 환경보호 단체로 ‘전국 자원보호위원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와 함께 전철역 인근 주택 바이어를 상대로 이처럼 특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던 장본인이다.

미국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도시 지역에서 집 사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보통 처음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은 점점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는 경향이 늘고 있고 이로 인해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서 교통체증과 대기오염도 가중시키고 있다.

중요한 것은 ‘매니매’ 등이 시행하는 새로운 융자제도가 이같은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이 되느냐는 것.

시애틀의 경우를 보면 지난해 11월 똑같은 아이디어가 현실적으로 가시화된 이래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주택융자가 시행된 사례가 불과 4건에 불과하다고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렌더인 ‘홈스트릿 뱅크’(HomeStreet Bank)의 부사장 다이앤 왓슨은 밝혔다.

소위 ‘위치 효율적 모기지’라고 불리는 이같은 융자제도에 대한 아이디어가 처음 태동한 것은 사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환경보호단체인 ‘천연자원보존위원회’의 에너지 프로그램 디렉터 데이빗 골드스타인은 베이지역에 집을 사려했으나 충분히 다운페이먼트를 할만큼 저축된 돈이 없었다. 그러나 골드스타인은 자신과 가족들이 대중교통수단을 적극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차량유지비를 절약할 수 있고 이 돈을 보태 융자금을 상환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신의 처지에 맞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골몰하던 골드스타인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이 차를 굴리면서 차량유지비와 모기지 페이먼트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시간이 갈수록 도심의 직장에서 먼 집으로 이사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해 골드스타인은 "이들은 주택유지비의 일부를 희생해 차량유지비에 쓰고 있는 셈"이라면서 "이같은 현상은 은행들이 이같은 잠재적 바이어들에게 집을 사고 싶으면 도심에서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라고 강요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교통체증을 악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연자원보존위원회 등은 이에 대한 연구를 시행해 그 결과를 패니매 측에 전달했고 패니매와 컨트리와이드 홈 론스는 이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할 파일럿 계획을 위해 1억달러를 배정했다.

이 파일럿 계획 아래서는 각 지역별로 ‘장소-효과 가치’를 계산하게 되는데 ‘장소-효과 가치’란 한 가족이 버스정거장이나 전철역 인근에 살 경우 얼마나 돈을 절약하게 되는지를 복합적으로 계산해 숫자로 환산해 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기서 말하는 장소란 버스정거장에서 반경 0.25마일 이내, 전철역에서 반경 0.5마일 이내 지역이다. 이 지역 주민에게 얼마나 모기지 융자가 허용될 것이냐는 문제는 이들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연수입이 5만달러인 부부가 밴나이스에 있는 해당지역에서 집을 살 경우 7,000달러를 다운페이먼트로 내면 13만9,000달러짜리 집을 살 수 있다. 똑 같은 부부가 ‘장소-효과 가치’를 고려하면 5,000달러 미만의 다운페이먼트만으로도 173,000달러짜리 집을 살 수 있다.

지상교통정책 프로젝트를 위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드니스 제인은 "각 지역별로 ‘장소-효과 가치’가 다르게 나타날 것인데 새 융자 프로그램의 혜택을 볼 수 있기 위해서는 한 달에 100달러 이상은 절약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프로그램은 샌프란시스코·시애틀·시카고에서는 이미 시행중인데 이 프로그램의 효과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사실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같은 현상은 부분적으로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용 예산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LA의 경우는 컨트리와이드 홈 론스가 지난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나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무어라 말할 수 없으나 이미 몇몇 바이어들이 새 프로그램에 입각해 집을 샀다. 컨트리와이드 홈 론스의 시장개발 담당 수석부사장 도티 셰픽은 "대중의 인지도가 느리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수록 신청자도 많아지고 우리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LA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비단 이처럼 대중의 인지도가 낮다는 것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컨트리와이드 홈 론스는 소위 ‘점보’ 렌더가 아니고 이 때문에 모든 모기지 융자가 패니매에 의해 뒷받침 돼야 하며 그 결과 융자금 상한선이 25만2,000달러로 묶이게 된다. 그런데 ‘장소-효과 가치’가 가장 높은 셔먼오크스나 샌타모니카 같은 지역은 평균 집값이 이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

이 때문에 관계 기관들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처럼 ‘점보’ 론을 취급하는 대형 렌더들을 이 프로그램에 가입시키려고 노력중이나 현재까지는 컨트리와이드 홈 론스와 시애틀에 있는 ‘홈스트릿 뱅크’(HomeStreet Bank)만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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