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집 싸게 팔아줘요’

2000-08-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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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산책

▶ 케니 김 (다이아몬드 부동산)

한가한 주일 오후, 평상시 같으면 교회가 끝나자 마자 곧장 집으로 갈 터인데 그날 만큼은 웬지 집으로 가는 길을 벗어나 한 지역을 둘러 보고 싶었다. 동네 곳곳을 시찰하는 것이 취미랄까, 먹고 살기 위함이랄까, 어느 동네를 돌다보니 집을 팔기위해 막 싸인판을 매달고있는 집 주인과 그의 에이전트를 발견하고 가격을 물어보니 황당 할 정도로 너무 싼 가격을 말 하는 것이었다. 집도 좋았고 위치도 좋았고 집모양도 상태도 너무 좋았다. "좋은 사람에게 싸게 팔려고 한다" 였다. 농담인가 싶었다.

나의 마음은 급하게 움직여지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연락 할까? 누가 좋은 사람일까? 대가족이 함께 살며 마땅한 집을 계속 찾고 있었던 우선생님께 긴급으로 연락을 하였다. 여기저기 연락 끝에 연결되어 급히 그 집으로 나올 것을 요청하였고, 셀러와 우선생님 가족들은 만났다. 결국, 팻말을 단지 두 시간에 걸쳐 거래를 끝내고 에스크로를 오픈한후 집 주인은 캐나다로 가볍게 여행을 떠났다. 역시 그 곳에 있는 집도 싼 가격에 처분하기 위해 가는 것이란다.

또 한번은, 지역을 옮겨 새 지역에서 집을 구하려는 두 노부부가 딸과 함께 집을 보러 나오셨다. 딸은 계속 더 좋은 집을 권하였다. 사시는 동안이라도 더욱 편한 생활을 하시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노부부께서는 한사코 자그마한 집이면 된다고 하셨다. "이제 곧 황혼이 멀지 않은데 무슨 큰 집이냐.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 만도 감사하니 욕심내지 말자." 라고 하시면서 덧붙이는 말씀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아주 싼가격으로 팔도록 하세요."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면서 ‘내가 잘못 들었나?’ ‘세상에 이런 경우도 있나?’ 하면서 노부부의 겸허하고 따듯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하였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이런 경우 마다 반드시 그러한 집들이 꼭 필요했던 좋은 사람들이 바이어로 나타나 새주인이 된 것이다.


세상은 참 여러 갈래다. 한푼이라도 더 비싸게 받을려고 아주 오랜기간을 Over Price로 마켓에 내놓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고 빈손으로 떠나야하는 뚝심 많은 아저씨도 있는가 하면, 재산을 놓고 가족간에 심한 갈등을 겪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반면에, 남을 생각하는 미국인 노인도 있고, 황혼을 생각하는 여유있는 한국인 노부부도 있다. 이러한 멋진 분들이 드믈지만 곳곳에서 계속 나오고 있으며 잘 알려지질 않고 있을 뿐이다.

오늘 신문을 보니, 자신이 운영하던 비지네스를 단 한편의 수필만 잘 써오면 그대로 넘겨 준다는 기사를 보고 역시 이곳은 재미있는 세상임을 확인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내놓을 수가 있을까?’ ‘나는 얼마만큼의 사랑을 남에게 줄 수가 있을까?’ 커피도 안 마셨는 오늘 밤에는 별똥 떨어지는 하늘을 보면서 길게 뒤척이는 하얀 밤이 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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