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년의 휴식 시집 2권에"

2000-08-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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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회 마친 이해인 수녀 인터뷰

▶ 기도와 생활은 뗄수없는 관계

10년만에 낸 두권의 시집으로 한국 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55)가 3년만에 LA를 방문, 남가주 한인들을 위한 5회의 특별강연회를 가졌다. 97년 6월 인터뷰했을 때와 조금도 다름없는 모습. 구면이라 긴장이 덜한 탓인지 전보다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마주 앉아 1시간여동안 삶과 시와 신앙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특강에서 교포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까?
▲수도자로서의 행복한 삶, 마음속 평화와 기쁨을 나누고 바쁜 일상에서 기도하는 법을 이야기했습니다. 기도와 생활은 동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지요. 많은 분들이 이번 강의를 통해 새로워지고 재충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수도자이면서 유명시인이기 때문에 오는 갈등은 없습니까?
▲처음에는 많이 긴장하고 숨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수많은 독자들과 만나고 사랑을 주고 받으면서 이같은 만남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도구가 되고, 정직하고 선한 삶에 도움이 된다면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람들이 수녀님의 시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자연스러움과 천진함이 아닌가 합니다. 수녀인데도 하나님 타령만 하지 않고 자연, 꽃, 바다, 하늘, 친구등 모든 사람이 이야기하는 주제를 맑고 투명하게 표현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또한 수녀라는 나의 위치가 주는 신뢰감도 한 몫을 차지하겠지요.

△새로 나온 시집들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요.
▲기도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와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는 89년의 ‘시간의 얼굴’ 이후 10년의 휴식을 모은 책들입니다. 삶을 관조하면서 일상적 소재를 모은 시들이라는 점에서 기본은 같지만 좀더 행복한 시, 기쁨을 노래한 시가 많죠. 벌써 10만부이상 팔렸고 반응이 놀라우리만치 좋습니다.

△출판된 책들의 판매수입은 어떻게 사용합니까?
▲수도자의 삶을 시작할 때 정결서원과 순명서원, 그리고 청빈서원을 하기 때문에 철저한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출판된 15권의 수익이 상당하겠지만 나는 얼마인지도 모르고, 모두 수녀원에서 알아서 필요한 곳에 사용합니다.

△수녀원에서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기도와 일, 독서가 주된 일과입니다. 새벽과 낮, 저녁에 공동기도를 하고 개인기도와 독서, 그리고 맡은 일을 하지요. 화장실, 복도, 계단청소를 돌아가며 하는데 이번처럼 한달씩 비우게 될 때는 나중에 한꺼번에 몰아서 하도록 조정해놓고 나옵니다.

△테크놀러지 시대에 시와 멀어져가는 독자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우엇입니까?
▲첨단 테크놀러지는 아무리 많이 탐닉해도 공허함만 남게 됩니다. 종이에 적힌 시가 주는 느낌, 고민하며 사는 인간미를 상실하지 않기 바랍니다. 노래방 문화만 급격히 확산되는데 소리내어 시를 읽는 모임들이 많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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