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뒤뜰의 오렌지는 안 먹어’

2000-07-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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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산책

▶ 케니 김 (다이아몬드 부동산)

’Divorce Sale’, 전에는 아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
경기와 무관치 않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매물을 볼 때마다 남의 일이지만 마음이 찜찜하고 무거워진다. 둘이 좋다고 꼭 붙잡고 다니면서 쪽쪽 뽀뽀하고 다니던 어느 미국인 집이었는데 어느 날 헤어진다고 말한다. 안타깝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느 한국인 40대 부부가 연락이 왔다. "이제는 도저히 어쩔 수가 없어서 끝장을 내기로 했으니, 집을 싸게라도 빨리 팔아 달라"고 하였다.

잠을 못 이루면서 분석에 가까운 연구를 해보았다. 집을 빨리 팔아 줘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는 못 팔겠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난감했다. 집을 팔게 되면 그 가정은 정말 깨질 것이고 그렇다고 부부 갈등에 끼여들 입장도 아니고 해서 미루고 있었더니 "팔 거요, 안 팔 거요?" 재촉을 해왔다. 나는 한참을 생각한 후 집을 아주 높은 가격에 팔아주겠다는 제안을 하였다. 마켓 가격보다 아주 비싸게 내놓아 집이 어떻게 해서라도 팔리는 것을 일단 막고, 시간을 벌기 위한 고도의 방법을 쓴 것이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한 나는 작업에 들어갔다. "내 아내의 얼굴이 어느 날부터 노랗게 되었는데 내 아내는 그 원인을 몰라요. 그런데, 나는 왜 그런지 다 알지요. 그것은 내가 뒷마당에 있는 오렌지 나무에 거름을 주려고 매일 노란 오줌을 누었는데, 그 나무에 열린 노란 오렌지를 아내가 혼자 다 먹어서 그렇지요, 흐흐... 쌤통", 어느 전도사의 배꼽잡고 웃기는 이 얘기를 화두로 시작하여 재미있는 입담을 열어가니 분위기는 웃음판으로 바뀌었다.


그러면 그렇지 별 수 있으랴. 그 부부는 함께 웃었고, 그의 아내는 뒤뜰에 있는 노란 오렌지는 절대 안 먹겠다고 해서 한번 더 웃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돈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있지만, 많은 부분들이 경직된 성격과 유머가 없는 우리의 생활문화에서도 비롯된다고 본다. 흔히 우스갯소리를 잘하면 싱겁다고 하지 않던가. 큰 기업체들로부터 초청 받아 유머 강연을 하는 어느 강사는 "영국 남자는 통치하지만 군림하지 않는 남편이고, 미국 남편은 아내의 아내에 의한 아내를 위한 남편이며, 한국 남편은 아내를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남편이다"라고 하였다. 의미 있는 말이다.

아무튼, 우리 속담에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해서 싸움을 말렸더니 리스팅이 날아가 버린 사건이었다. ‘부동산쟁이가 팔아달라는 집은 안 팔고 별거 다하네’라고 생각하면서, 오늘은 가족들을 위해 모처럼 밥을 해보았다. 맛있게 해주려고 전기밥솥이 아닌 직접 불 위에다 하였는데 아들녀석이 산통을 깬다.

"아빠, 밥이 왜 깜깜하지?" "어허, 고소하게 하려고 일부러 태운 거야, 먹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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