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은 공통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상황 인식, 지휘 통제, 무기 운용 등 전장 전반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방산 AI가 전쟁의 승패를 가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 핵심에는 AI가 본격적으로 전장의 ‘두뇌’로 작동한다는 점이 있다.
미국이 실전에 적용한 합동전투지휘체계(JADC2)는 표적을 포착하는 순간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대응 수단을 자동으로 연결·실행한다. 실제 작전에서 1000개 이상의 목표를 60초 내 연쇄 타격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바뀐 것은 속도만이 아니다.
팰런티어의 AI 플랫폼은 지휘관의 질의에 즉각 대응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작전 판단의 질을 바꾸고 있다. 전장의 OODA 루프(관찰·판단·결심·실행) 전체가 AI 기반에서 돌아가게 한 것이다.
이 같은 전환이 가능했던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미국은 팰런티어·안두릴을 필두로 실드AI·호크아이360·리벨리온디펜스·에피루스를 포함해 ‘샤프(SHARPE)’라 불리는 방산 AI 생태계를 만들었다. 이들 기업의 평균 업력은 10년 정도밖에 안 되지만 기업가치는 10억 달러(약 1조 4690억 원)가 넘는다.
벤처 투자를 기반으로 자율비행 드론과 AI 기반 전술 지원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상용화하고 있다. 군이 데이터를 과감하게 이들 기업에 개방하며 민간의 기술 역량으로 방산 AI 혁신 기반을 확립한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우리 역시 국방 AI 역량을 꾸준히 축적해왔다. 이제는 AI 기술 도입을 넘어 국방 전반의 체질을 AI 기반으로 바꿔 인공지능 전환(AX) 국방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함께 데이터, 기술 인프라, 제도, 조직 전반을 통합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실행의 출발점은 데이터다. 군은 보안 특수성으로 인해 데이터 축적과 활용에 제약이 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군·산·학이 한 공간에서 연구·실증하는 AX거점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더 나아가 보안이 확보된 환경에서 데이터를 개방·활용하는 ‘데이터 안심존’을 고도화하고 실제 작전 환경을 반영해 AI 기술을 검증·전력화하는 ‘전장형 테스트베드’로 발전시켜야 한다.
국방 AX 추진 동력은 민간의 방산 AI 역량이다. ‘국방 AX 스프린트’ 사업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국방 현안에 자신들의 AI 기술로 직접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 기업이 국방 문제를 해결하면서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방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이 민간기업을 국방 파트너로 키워낸 것처럼 민군 협력의 문턱을 낮추는 제도적 전환이 중요하다.
또 올해 확대된 ‘국방 실험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빠른 실패와 학습을 통해 기술을 조기 검증하고 신속히 전력화하는 경로다. 이를 가속화하려면 상시 실전형 테스트 체계로 전환해 AI·정보화 작전 실험을 정례화하고 민간의 기술 성과를 빠르게 흡수해야 한다. 동시에 차세대 네트워크, 양자, 사이버 보안 등 정보화 역량을 확장해 국방 AX를 고도화해야 한다.
미래 전장의 본질은 명확하다. ‘누가 더 강한 무기를 가졌는가’를 넘어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행동으로 연결하는가’이다.
AI가 전쟁의 실행 단위를 ‘시간에서 초 단위’로 바꾸고 있는 지금, 민관이 과감한 국방 AX를 통해 미래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고 글로벌 방산 AI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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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