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출생시민권 노린 원정출산’ 뿌리 뽑는다

2026-04-13 (월) 07:34:46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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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E, ‘원정출산 대응계획’ 본격 가동

▶ 조직적 알선사기· 금융범죄까지 확대 수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녀의 자동 출생 시민권을 노리고 미국에서 출산하는 이른바 ‘원정 출산’(birth tourism)’에 대한 전면 단속에 착수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비자 사기와 원정출산 알선 구조로 연결된 조직적 범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대대적인 수사를 펼쳐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는 최근 내부 이메일을 통해 미 전국 수사 요원들에게 새로운 ‘원정출산 대응 계획’에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지침은 임신한 외국인 여성이 관광·상용 비자를 이용해 입국하면서 실제 목적을 숨기고 미국 내 출산을 통해 시민권을 확보하려는 것을 돕는 조직을 원천 차단하는 게 목표로 전해졌다.


연방국토안보부(DHS)는 이번 사안과 관련 “원정출산을 명백히 금지하는 법률은 없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비자신청 과정에서 출산 목적을 숨기거나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에는 연방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 같은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질 경우 사기, 금융 범죄, 불법 알선 등으로 확대 적용돼 기소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생 시민권 제한’ 정책의 연장선으로 분석되고 있다.

출생 시민권은 연방 수정헌법 제14조에 규정돼 100년 넘게 이어져 온 권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부모 모두 합법 체류자가 아닌 아이의 출생 시민권 부여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연방 판사들은 이 명령을 중단시켰고, 최근 이 사건을 구두 변론을 위해 연방대법원에 올렸다. 트럼프 행정부를 대변하는 존 사우어 연방 법무차관은 변론에서 출생 시민권이 “급속히 확산하는 출산 관광 산업을 조장해오고 있다”며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국가에서 수천 명이 출산 목적으로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실제 규모와 영향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민 관련 연구기관들은 2016~2017년 기준 연간 약 2만~2만5,000명 정도가 원정출산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연간 약 360만 명에 달하는 전체 출생아 수와 비교하면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규모다.

역사상 최초로 ‘원정 출산’ 관련 유죄가 선고된 사건은 2019년 캘리포니아에서 중국 출신 부유층 수백 명을 대상으로 운영된 ‘원정 출산 하우스’가 적발된 사례이다. 당시 연방 당국은 3개의 대형 대행업체를 적발했는데, 관련된 20여 명이 공모 및 비자 사기, 국제 돈세탁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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