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솔린 갤런당 평균$4 전망
▶ ‘비료·식료품’ 가격 연쇄 ↑
▶ ‘항공화물운송비·항공료’↑
▶ 인플레로 ‘소비자·기업’ 위축

이란 전쟁으로 비료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는 농업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
이란 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전쟁 전부터 노동시장 약화와 소비자 신뢰 둔화 현상이 나타난 가운데 분쟁이 추가적인 경제 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해상 운송 비용이 상승하면서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지갑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개솔린 가격은 이미 요동치기 시작했고,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이들 가격 압력이 식료품 등 다른 소비제품 분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란 전쟁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에 가장 먼저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영향을 살펴본다.
▲ 개솔린 가격 급등…갤런당 4달러 전망이란 전쟁 발발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개솔린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전국 평균 개솔린 가격은 갤런당 약 3달러58센트로, 한 달 사이 무려 22%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갤런당 4달러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일주일 넘게 봉쇄되면서 원유를 실은 선박들이 항로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운송 차질로 원유 공급이 압박을 받는 동안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되는 원유 가격 상승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원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 운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자체적으로 상당량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어 유럽이나 아시아에 비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의 여파는 미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행히 향후 몇 주 안에 국제 유가가 다소 안정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비축유 가운데 4억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이다.
▲ 공급망 차질… ‘비료·식료품’ 가격 연쇄 상승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화물 컨테이너선 운항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수십 척의 선박이 해협 인근에 발이 묶였고, 항로를 변경하거나 운항이 지연된 선박도 많다. 이때문에 운송 비용 상승과 공급망 차질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해협뿐만 아니라 분쟁 지역 내 여러 국제공항도 일시적으로 폐쇄되거나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다. 중동의 주요 항공 허브인 두바이 공항을 포함한 일부 공항의 운영 중단으로 전 세계 항공 화물 운송 능력의 약 5분의 1이 영향을 받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 전자제품과 의약품, 귀금속 등의 운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운송 업계는 “컨테이너 운임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데 코로나 팬데믹 때 나타난 공급망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내 산업 중에서는 농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세계 상위 10대 요소 비료 및 무수 암모니아 비료 생산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이란 등 3개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서비스 기업 스톤엑스의 조시 린빌 부대표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요소 비료 가격은 약 25% 급등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봉쇄될 경우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 비료 가격 상승 압력은 미국 농업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란 전망이다.
▲ 제트연료 가격 급등…항공료도↑페르시아만 원유 수송이 차단되면서 제트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항공 화물 운송 비용뿐만 아니라 일반 항공권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CEO는 이달 초 한 콘퍼런스에서 자사가 급등하는 제트연료 비용에 직면하고 있다며 항공권 가격이 빠르게 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항공료 인상은 보통 몇 달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투자회사 TD 코웬의 톰 피츠제럴드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항공 여행 수요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을 당시에도 항공사들은 항공권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 바 있다”라는 전망을 내놨다. 향후 항공권 가격은 이번 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유지되는지, 제트연료 가격이 어느 수준에서 안정되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 인플레이션 상승…소비자 물가·기업 비용 모두 영향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해상 운송 차질, 국제 유가 급등 등의 요인이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됐고, 2월에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소비자 물가뿐 아니라 석유를 핵심 원료로 사용하는 제조업 비용에도 압력을 가할 수 있어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다.
보험 회사 네이션와이드 뮤추얼의 캐시 보스잔칙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월에는 물가가 소폭 상승하고 4월에도 가격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라며 “만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한 것처럼 전쟁이 6주 이내에 끝날 경우 물가 상승은 일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며 올해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스잔칙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분쟁과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고, 그에 따라 기업과 소비자 신뢰가 더 하락할 수 있다”라며 “이는 결국 경제 활동을 추가로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는 우려를 덧붙였다. 이번 전쟁은 석유와 가스 가격 상승뿐 아니라 경제에 대한 소비자 신뢰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으로, 소비자 신뢰 지표는 이미 지난 1년 동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