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역 민간피해 확산
▶ 석유저장고 폭발로 ‘기름비’
▶ “독성가스로 민간인 중독”
▶ 이란, 걸프국 공습 지속
▶ 외교지구·공항 등 피해

8일 이란 테헤란의 석유저장고들이 공습을 받아 폭발하면서 시커면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로이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발발한 이란 전쟁이 9일로 10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중동 일대의 민간 시설에 대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이란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걸프국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사과했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공습을 퍼부었고 이스라엘의 공격도 이어지면서 중동 전역이 화염에 휩싸였다.
8일 로이터, AFP 등에 따르면 이날도 중동 전역에 포성이 계속됐다. 레바논 보건부는 수도 베이루트 중심가에 있는 호텔이 이스라엘의 공습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란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재개한 이후 레바논 수도 중심부를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호텔에는 레바논 남부 등에서 온 피란민들이 머물고 있었는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4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부상하면서 일부 주민들은 다시 보따리를 싸야 했다. 이스라엘은 해당 공격이 레바논에서 활동 중인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들을 표적으로 한 ‘정밀 타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성명을 통해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군인 쿠드스군 핵심 지휘관들이 이스라엘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공격을 계획해 이들을 제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 주변의 주요 석유저장 시설이 폭발하면서 테헤란에 독성가스가 퍼지고 ‘기름비’가 내렸다. 이란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밤부터 8일 새벽까지 테헤란 북서부 주요 연료보급 기지인 샤흐런 석유저장소와 남부 정유단지 레이 지역의 연료 저장고, 서쪽 외곽 카라지 등의 연료 저장시설이 집중 공습을 받았다.
이들 탱크가 폭격 뒤 폭발하면서 유독 가스가 대량으로 뿜어져 나왔다. 테헤란시 당국은 “석유 탱크가 폭발해 유독한 탄화수소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화합물이 대기와 구름에 대규모로 퍼지고 있다”며 “비가 내린다면 아주 위험한 강산성 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란 상황을 전하는 소셜미디어(SNS)엔 8일 테헤란에 짙은 먹구름이 끼고 강산성의 검은색 기름비가 내린다는 글과 사진이 게시됐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엑스에 “석유 저장고에 대한 공격은 이란 민간인에 대해 고의적으로 화학전을 벌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 “침략자들은 연료 저장소를 공격함으로써 독성 물질을 대기에 방출해 민간인을 중독시키고 대규모로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이런 공격은 전쟁범죄이자 반인도적 범죄, 대량 학살”이라고 규탄했다.
이란의 반격도 지속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는 이날 수도 리야드의 외교 지구를 겨냥한 드론 공격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자국 영공을 침입한 드론 15기를 격추했으며, 민간 인명피해나 물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쿠웨이트 국방부는 국제공항 내 연료탱크가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국방부는 적대적인 드론 공격에 요격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으로 민간 시설에 일부 피해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카타르 국방부는 전날 이란에서 탄도미사일 10발과 순항미사일 2발이 발사됐지만 모두 요격했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중동 내 미국의 동맹이자 미군기지가 위치한 아랍에미리트(UAE)는 걸프국 중에서도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이란의 공습에 두바이 국제공항은 운영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전날 이란의 발사체를 요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 피해로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가 부분 재개했다. 한 목격자는 AFP에 공항 인근에서 큰 폭발음이 난 뒤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전했다. 두바이에서는 파키스탄 국적의 한 운전자가 요격된 발사체 파편에 맞아 사망했고,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도 로켓 파편이 거리에 떨어져 1명이 부상했다.
중동 곳곳에서 피해가 보고되고 있지만 교전이 잦아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반관영 파르스 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최소 6개월은 격렬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지역 전역에서 미국, 이스라엘과 관련된 기지와 시설 200여곳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연설을 통해 “훨씬 더 많은 목표물을 확보하고 있으며 더 많은 놀랄 일이 있을 것”이라며 이란 전쟁을 지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