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쿠바·미 고속정 총격전… ‘폭풍전야’

2026-02-27 (금) 12:00:00
크게 작게

▶ 양국 갈등 유혈사태로
▶ 쿠바 국경경비대 “영해침범”

▶ 미 선박 4명 사망·6명 부상
▶ 루비오 “정부 요원과 무관”

쿠바·미 고속정 총격전… ‘폭풍전야’

쿠바에 인도적 지원을 전달할 멕시코 해군 함정이 지난 24일 멕시코 베라크루스 항을 출발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압박으로 곤경에 빠진 쿠바의 군대가 자국 영해에 들어온 미 고속정과 총격전을 벌여 최소 4명을 사살했다. 양국 갈등과 쿠바 내 인도적 위기가 겹친 시기에 유혈 사태가 벌어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쿠바 정부는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자국 국경경비대가 영해를 침범한 플로리다주 등록 고속정 한 척과 총격을 주고받은 결과 고속정에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쿠바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쿠바 중부 비야클라라주 카요팔코네스섬 인근 해상에서 수상정에 탄 쿠바 국경경비대원 5명이 신원 확인을 위해 접근하자 고속정 승선자들이 쿠바군을 향해 먼저 발포했고, 쿠바군 지휘관이 부상을 입으며 교전이 시작됐다. 충돌 결과 외국인 공격자 4명이 숨졌으며 6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쿠바 측은 확인했다.

고속정 승선자 10명 중 다수가 범죄 및 폭력 전력이 있고 탑승자 중 2명은 이미 테러 행위 관련 활동에 연루돼 쿠바에서 지명수배 상태였다는 게 쿠바 측 주장이다. 쿠바 정부는 “국방은 쿠바 주권 수호와 역내 안정을 위한 핵심 토대”라며 “사건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 소속 카를로스 히메네스 연방하원의원(플로리다)은 이번 사건을 ‘학살’로 규정했다. 엑스(X)에 “쿠바의 독재 정권이 플로리다 선박을 공격해 승선자들을 살해했다”고 적었다. 제임스 우스마이어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은 X에 “쿠바 정부를 신뢰할 수 없으며 공산주의자들을 문책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썼다. 플로리다국제대 공공정책연구소 소장인 브라이언 폰세카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사건은 쿠바가 통제력 강화를 위해 무력을 쓸 의향이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미국과 쿠바 간 관계가 크게 악화한 시점에 터졌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의 핵심 동맹이던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고 베네수엘라에서 쿠바로 가던 원유를 끊었다. 쿠바에 원유를 공급하는 모든 국가를 상대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한 뒤 멕시코도 쿠바와 거래를 중단했다. 늦기 전에 협상을 타결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 위협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이달 초 “항복은 쿠바의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대응했다.

이날 사건 발생 직후 미 정부 당국자는 쿠바군과 교전한 고속정이 친척들을 쿠바에서 탈출시키기 위한 배인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이들은 쿠바군과 마주칠 것에 대비해 무장하는 경우가 흔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계 이민 가정 출신인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이날 쿠바군과 미국 고속정 간 교전과 관련해 “미국 정부 요원이 개입한 사건은 아니다”라며 “사건 정보를 독립적으로 검증해 자체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