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 이란·우크라 등 중요 외교협상에 군고위 잇따라 투입
▶ “숙련된 외교관 경시” vs “미 역대 대통령들도 선호 인물 활용”

항공모함 니미츠호 탑승한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 [로이터]
지난 6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에서 진행된 미국과 이란 협상장에는 정장 차림의 양국 협상 대표단 사이로 해군 정복을 입은 미군 4성 장군이 이례적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을 포함한 대규모 합동군 전력을 지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만 있으면 언제든 이란 공격에 나설 수 있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 수장인 브래드 쿠퍼 사령관이었다.
또 지난 4∼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장에서는 댄 드리스콜 미 육군장관이 참여했다. 그는 회담이 중지된 기간에도 우크라이나 측과 긴밀한 대화를 이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AP 통신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고위급 외교에 군 지도자들을 대거 투입하는 이례적인 조처를 함으로써 전통적인 공화당 행정부의 외교 관행을 깨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대이란 무력시위를 상징하는 인물인 쿠퍼 사령관이 협상장에 등장한 것을 두고는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 차원의 전략적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AP통신은 "중부사령관인 쿠퍼 해군 대장이 오만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 간 협상에 처음 참석했다"며 "그는 정복 차림으로 나타나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 증강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국방·외교 정책 분석가 마이클 오핸런은 "중부사령관을 포함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이란에)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압박하기 위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핵·미사일 프로그램 등 전문적 군사 분야 내용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쿠퍼 사령관이 협상을 이끄는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기술적으로 보좌하는 역할도 병행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고문을 지낸 엘리엇 코언은 "쿠퍼 사령관은 (협상 대표단에 군사 관련) 지식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란에는) 암묵적 무력 위협을 가한다"며 "이는 협상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라크 파병 기갑 장교 출신인 드리스콜 장관은 작년 11월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투입돼 주요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
협상에 정통한 인사들은 AP 통신에 드리스콜 장관이 우크라이나 측과 윗코프 특사, 쿠슈너 등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 사이를 잇는 일종의 연락 창구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군 고위 인사들을 외교 협상의 전면에 투입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용인술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 분야에서 일한 엘리사 유어스는 쿠퍼 사령관 같은 현역 군 지휘관을 외교 전면에 배치한 것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숙련된 외교관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외교 과제 해결을 위해 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반면 코언은 냉전 시기 미국 장성들이 소련과 군비 통제 협상에 관여했던 전례들을 언급하면서 "미국 대통령들은 자신이 신뢰하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비전통적인 인물을 특사로 활용해 온 오랜 전통이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