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안보 후속 협상 지연 우려
▶ 루비오 “통상 관련 내부 분위기 안 좋아”
▶ 대미 투자 지연이 안보 협상 악영향 관측
▶ 미 실무대표단 방한도 기약 없이 미뤄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한미 간 안보 현안 협의에 '비상' 신호를 발신하고 나섰다. 관세와 연관된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을 문제 삼고 있는 미국의 불만이 결국 안보 분야 합의 이행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안보 분야 협상을 최대한 빠르게 진전시키겠다던 정부 구상이 좌초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5일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지난 3일 열린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겸직)과의 회담 당시 루비오 장관이 "한미관계가 나쁜 상황에 있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통상 관련 공약 이행과 관련해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상황을 솔직히 공유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우리 정부의 (통상 분야 합의) 이행 의지는 확고하며 일부러 (국회) 법안 처리 속도를 늦추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미 고위 당국자의 비공개 발언을 우리 외교장관이 공개적으로 언론에 소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는 뜻이다. 통상 분야 합의 미이행에 대한 미국 측 불만이 결국 안보 분야 합의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 이번 회담에서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안보 분야 합의를 이끌어 냈던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위 실장은 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이 문제(통상 문제)를 외교·안보 이슈에 연계하는 기류가 감지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측 안보 분야 협상팀이) 지금쯤 한국에 와서 협의를 하고 있어야 할 때인데 지연되고 있다"고도 했다.
한미 간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담긴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와 핵추진 잠수함(핵잠) 협력은 한미 관세협상의 최대 성과물로 꼽혀왔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미국 중간선거가 열리는 올해 11월까지 협상을 최대치로 진전시킨다는 암묵적 목표도 세워두고 있었다. 미국이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논의가 지연될 수 있고, 공화당 패배 시 협상 동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는 팩트시트 도출 이후 석 달째 실무 협상은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당초 한미는 올해 1월 미국 측 실무 대표단이 방한하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교부 주도의 한미 원자력 협력 범정부 협의체와 국방부 주도의 핵잠 범정부 협의체를 서둘러 구성했다. 하지만 미 측 방한은 기약 없이 미뤄졌고, 이달 방한이 성사될지에 대해서도 정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핵잠과 원자력 이슈는 모두 미국의 불신을 깨면서 협상해야 하는 문제들"이라며 "대미 투자 이행이 안 되니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불신의 기류가 안보 분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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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빈 기자·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