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지 F. 윌 칼럼] MIT에 대한 트럼프의 무분별한 공격

2025-12-22 (월) 12:00:00 조지 F·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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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은 여느 대형 대학과는 다르다. 쾌활하기 그지없는 샐리 콘블러스 총장의 말대로 “MIT 풋볼 선수들은 시합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늘 감사해 한다”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MIT에도 풋볼 팀이 있다.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을 추구하는 디비전 III에 속해 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특혜가 제공되는 텍사스 공과대학과는 경기를 하지 않는다.) MIT의 특성과 운영방식으로 보아 명문 대학들을 향해 무분별한 적대감을 발산하면서 이 학교를 공격대상으로 지목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신상태는 그리 온전치 않았던 듯 보인다.

지난 10월 MIT는 교육부의 명령에 불복해 “고등교육기관의 학문적 우수성을 위한 협약”에 서명을 거부한 9개 명문 대학중 하나였다. 콘블러스는 해당 대학의 총장들 가운데 가장 먼저 연방정부 협약에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녀는 대학을 향한 트럼프의 적의에 찬 정책이 미국의 실력주의(meritocracy)에 끼치는 해악을 경감하기 위해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했다.

협약은 “입학과정에서의 공정성”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대학 입학 지원자들은 의무적으로 SAT와 ACT등 표준학력 테스트를 치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MIT는 이미 2022년에 팬데믹 기간 동안 중단되었던 표준학력고사를 복원시켰다. MIT는 동문자녀에게 특례를 인정하는 레거시 입학을 허용한 적이 없다. 또한 콘블러스가 총장에 취임한지 2년째 되던 해인 2023년에는 교수직 지원자들에게 다양성, 평등성과 포용성(DEI) 원칙을 준수한다는 내용의 정치적 성명서 제출을 요구하는 관행을 폐지했다.


연방정부 협약은 “너무나 많은 젊은이들이 인생을 바꾸는” 학비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옳은 지적이다. MIT는 입학사정시 지원자들의 “재정지원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으며, 연간소득이 20만 달러 이하인 가정의 학생들은 등록금을 단 한푼도 내지 않는다. 콘블러스 총장에 따르면 2024년도 졸업생들의 88%는 빚을 전혀 지지 않은 채 교문을 나섰다. 학부과정에서 해외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의 10%로 제한했다.

MIT 학사학위의 94%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나온다. 이는 이 대학이 만들어 내는 놀라운 경제적 승수효과를 설명해준다. MIT 졸업생들이 설립한 회사들은 (러시아의 GDP에 맞먹는) 연간 1조 9,000억 달러의 매출과 4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MIT는 보스턴의 찰스 강변에 자리잡고 있다. 60년전, 찰스 강이 포토맥 강으로 흘러들어간다는 말이 나돌았는데 이는 1960년대에 아서 슐레진저 주니어,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 맥조지 번디, 헨리 키신저,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한을 비롯한 숱한 저명한 학자들이 남쪽의 워싱턴 정가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인물의 워싱턴 남하는 80년 전에 일어났다.

MIT와 하바드에서 전기공학 공동 박사학위를 받은 배네바 부시는 세계 2차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워싱턴으로 불려가기 전까지 MIT의 교수와 학장으로 활동했다. 워싱턴에서 부시는 과학에 기반을 둔 현대전과 국가 안보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정 프로그램의 가속화를 촉구하는 1942년도의 부시 메모를 검토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그에게 “V.B.: 오케이. 보안이 최우선”이라는 답신을 보냈다. 핵폭탄 개발을 위한 맨해턴 프로젝트의 도화선이 점화되는 순간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원래부터 교육부 폐지를 선호했다. 지미 카터가 대통령선거 출마의사를 밝힌 후 그에게 가장 먼저 지지의사를 표명한 전국 교육협회(교사 노조)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1976년 연방 교육부를 신설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는 버락 오바마 시절인 2011년에 비해 대학들에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친애하는 동료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협박성 서한을 통해 대학 측에 성희롱 용의자의 공정한 법적 보호절차를 제거한 정책을 채택하라며 압력을 가했다. 여기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새삼스레 과거의 오바마 정책을 입에 올리며 박수를 보냈다.

MIT 기금에 부과되는 8%의 세금은 대학측에 연 2억 4,000만 달러의 손실을 초래하고, 이를 정부의 무상 연구보조금 삭감을 보충하는데 사용할 수 없게 만든다. 각 대학의 기금은 사회적 이동성을 촉진하고 엘리트들의 고착화를 막는 연료로 사용된다. 대학기금에 대한 과세는 정부가 사회자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민간분야의 대안을 약화시킴으로써 보수주의의 가치를 훼손한다.

마지막으로 “보수적 사상을 경시하는 것”을 금지한 트럼프의 협약은 기막힐 정도로 우스꽝스럽다. 도대체 어떤 보수적 아이디어를 말하는 걸까? 정중함? 자유무역? 재정 건정성? 권력분립? 법치주의? (인텔, US 스틸을 비롯한) 기업을 공공부문에 편입시키지 않음으로써 공공부문과 민간구분을 구분하는 것? (과거에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보수의자자들을 위해 대학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라는 명령을 차마 내리지 못하는 겸손한 정부?

오늘날의 트럼프 행정부는 보수적 사상을 경시하는 끝판왕이다. “보수적 아이디어”에 대한 현 행정부의 배려는 실제로 많은 일들이 정부의 적절한 권한 범위와 실제 능력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MIT처럼 복잡하고 중요한 기관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작금의 정치를 지켜보는 심정은 걸음마 단계의 아기가 진귀한 세브르 도자기를 갖고 노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조마조마하다.

<조지 F·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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