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가 먼저 죽으면 어머니 간병은… “79세 아들, 100세 노모 살해 뒤 남긴 말

2025-12-16 (화) 02: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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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100세 노모를 홀로 돌보던 70대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초고령사회 일본이 안고 있는 ‘노노(老老) 간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건 이후 현지에서는 “살인을 용서할 수는 없지만 절박함은 이해된다”는 동정론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니혼테레비(NTV)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도쿄 마치다시의 한 주택에서 와타베 마사토(79)는 함께 거주하던 100세 어머니의 입을 손으로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와타베는 범행 약 한 시간 뒤 스스로 긴급 전화를 걸어 “간병에 지쳐 어머니를 죽였다”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 그는 침대에 누워 있던 어머니 곁에 서 있었고 어머니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조사 결과 와타베는 수년 동안 외부의 도움 없이 어머니의 간병을 전담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어머니는 약 20년 전부터 거동이 어려워졌고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집 1층 침대에서 보냈다. 요양 서비스는 주 2~3회에 그쳤고 일상적인 돌봄은 오롯이 아들의 몫이었다.

이웃들의 기억 속 와타베는 늘 장바구니를 양손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었다. 성인용 기저귀와 생활용품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고개를 숙인 채 걷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 인사를 건네도 대화를 길게 이어가지 않았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인상이 강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주민은 “10여 년 전 ‘어머니 돌보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정말 힘들다’고 짧게 답했다”며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웃은 “집 앞을 지날 때면 어머니가 좋아했던 시대극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아들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소리도 들었다”고 전했다.

와타베 자신 역시 지병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내 건강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데 내가 먼저 죽으면 어머니의 간병은 어떻게 되는지 늘 불안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비극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전체 인구의 약 3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 간병’ 가구 비율은 60%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요양시설 대기 기간은 길어지고 재가 간병에 대한 가족 부담은 커지는 상황에서 고령의 보호자가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압박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여론 역시 복잡하다. “살인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원칙론과 함께 “국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긴 결과”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한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아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일본 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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