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114.7% 급등…금 61.4% 웃돌아
은 가격이 올 들어 2배 이상 급등하면서 금값을 상승세를 훌쩍 뛰어넘었다. 투자 수요에 더해 산업용 수요가 겹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은 수요에서 산업용 수요의 비중은 약 50~60%가량으로 추산된다.
13일(이하 한국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은 가격은 이달 9일 전날 대비 4%포인트 넘게 뛰면서 트로이온스당 60.77%를 기록했다. 은값이 온스당 60달러를 넘은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면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튿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내렸다.
은 값은 이달 11일 국민은행 고시 기준 g당 2942원으로 지난해 말 1370원 대비 114.7%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금 1g은 12만 3939원에서 20만 71원으로 61.4% 올랐다. 가격 상승폭 측면에서 올해는 은이 금에 완승을 거둔 셈이다.
보석이나 장식용으로만 사용되는 금과 달리 은은 전력망 인프라 투자, 차량 전동화, 태양광(PV) 설비 등 산업수요로도 널리 활용된다. 특히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인프라에도 은이 사용되는 만큼 산업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실버인스티튜드(세계 은 협회)에 따르면 2024년 은의 산업용 수요는 6억 8050만 온스로 2021년 이후 매년 세계 최대치를 갱신하면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도 은 상승 기대감에 힘을 싣는다. 은은 대부분 구리나 납, 금과 같은 다른 금속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된다. 신규로 은 광산을 개발한다고 해도 착수부터 채굴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 즉각적인 수요 대응이 어렵다. 반면 수요는 산업용 수요를 중심으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삭소뱅크의 상품 전략 책임자인 올레 한센은 "올해 은 가격의 거침없는 급등은 현대 귀금속 역사상 가장 극적인 재평가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화폐 금속과 산업 투입재라는 두 가지 정체성 사이를 오가던 은이 올해 마침내 두 가지 정체성을 동시에 확립하며 위기를 극복했는데, 이는 공급 제약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시점과 맞물린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수입된 은에 관세를 매길 것이라는 대규모 이동이 일어나면서 공급 부족을 부추겼다.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의 은 재고는 지속적으로 감소세에 놓인 반면 뉴욕상품거래소 코멕스(COMEX)의 은 재고는 약 4억5600만 온스로 역대 평균의 3배에 달한다.
국내 투자자들도 올해 은 관련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나섰다. 올 들어 이달 11일까지 개인은 ‘KODEX 은선물’을 1472억 원 규모로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