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수 우위 대법원, 트럼프 ‘무소불위 인사권’ 손들어주나

2025-12-08 (월) 05: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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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C 사건 변론서 ‘독립기관 인사권 보호’ 1935년 판례 폐기 시사

보수 우위 대법원, 트럼프 ‘무소불위 인사권’ 손들어주나

연방 대법원[로이터]

백악관 복귀 후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우위인 연방 대법원의 엄호를 받는 분위기다.

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미국의 독과점 규제 및 소비자 보호 기구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위원 해임 사건에 대한 구두변론을 진행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레베카 슬로터 FTC 위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통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슬로터의 임기는 2029년 9월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FTC에서 업무를 계속하는 것은 내 행정부의 우선순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메일과 함께 해임을 알렸다.

문제는 FTC와 같은 연방정부의 독립기관 소속 위원은 부정행위나 직무태만이 아닌 경우 임기 도중 해임될 수 없다는 판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정치적인 이유로 FTC 위원을 해임할 수 없다'는 취지로 90년 전인 지난 1935년 대법원이 내린 결정이다.

슬로터 위원은 "대통령이 대법원 판례를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법원 1심과 항소심은 슬로터 위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날 구두변론에서 대법관들은 '1935년 대법원 판결 탓에 정부의 독립기관들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해졌다'는 정부 측 주장에 공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1935년 대법원 판결이 시대 변화상을 반영하지 않는다면서 폐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90년 전 대법원이 보호한 FTC는 현재 FTC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과거 FTC는 행정부의 입김에서 보호해야 할 이유가 있었지만, 현재 FTC는 독과점 규제와 소비자 보호 분야에서 막강한 행정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취지다.

보수파인 브렛 캐버노 대법관도 "책임을 지지 않는 독립기관에 광범위한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 측면에서 엄청난 법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원고인 슬로터 위원 대리인의 입장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커탄지 브라운 대법관은 "대통령이 과학자와 경제학자 등 전문가들을 모두 해임하고, 충성심만 있는 비전문가들을 앉힌다면 미국 시민들에게 절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만약 1935년 판결이 뒤집힐 경우 연방 정부에 혁명적인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대통령이 독립기관 위원들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게 된다면 당장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꼽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까지 정부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캐버노 대법관은 1935년 판결이 뒤집히더라도 연준의 독립성은 예외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매년 10월 첫 번째 월요일에 개정하는 연방 대법원은 이듬해 6월까지 재판을 진행한다.

FTC 위원 해임의 적법성을 다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미국 헌법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를 규정할 역사적인 판례로 남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9명 정원인 대법원의 구성은 6대 3으로, 보수성향 대법관이 절대적 우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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