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특사, 러 보좌관에 ‘트럼프 칭찬’ 조언” 통화 유출 파장

2025-11-26 (수) 10: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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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룸버그 “위트코프, 지난달 젤렌스키 방미 전 푸틴 보좌관과 통화”

▶ ‘러에 유리한 28개항 기원’ 해석…트럼프 “표준 협상 방식” 두둔
▶ 러 “통화 누출, 평화 노력 방해 시도” 비판…우크라 “우리와 무관”

“美특사, 러 보좌관에 ‘트럼프 칭찬’ 조언” 통화 유출 파장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이자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이끄는 스티브 위트코프가 지난달 러시아 고위 인사와 통화하면서 휴전 협상에서 러시아의 입장에 동조한 통화 내용이 25일 공개됐다.

위트코프 특사는 러시아 측에 가자전쟁 휴전을 주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칭찬하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양보받으라는 취지의 조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미국이 마련한 종전안 초안이 지나치게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비난이 제기된 가운데, 위트코프 특사가 러시아 고위 인사에게 협상을 조언한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위트코프 특사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이 지난달 14일 나눈 통화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통화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휴전 협정을 중재한 뒤 이집트를 방문해 '가자평화선언'에 서명한 직후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 방문하기 3일 전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는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러시아의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방법을 조언했다.

약 5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위트코프 특사는 조만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 올 것이라는 점을 알리며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 전에 당신의 보스와 통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우샤코프 보좌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게 유용할지 물었고 위트코프 특사는 그럴 것이라 답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 협정 체결을 축하하고 러시아가 이를 지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평화주의자로 존경한다고 말할 것을 추천하며 "그렇게 하면 정말 좋은 통화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하기 전날인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위트코프 특사의 조언대로 가자 협정 체결 성공을 축하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아울러 위트코프 특사는 러시아가 도네츠크를 통제하고 별도로 '영토 교환'을 하는 방법을 언급했다.

그는 우샤코프 보좌관에게 "이제 나는 평화 협정을 성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 도네츠크(돈바스 일부 지역)와, 아마도 어느 땅과 다른 땅의 교환"이라고도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영토 양보는 애초 미국 정부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종전안 초안 28개 항목 중 하나다.

크림반도, 루한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5개 지역은 사실상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러시아는 이 5개 지역을 제외하고 합의된 지역들은 포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 측과 협상해 항목을 19개 항목으로 줄이고, 우크라이나 입장을 일부 반영한 새로운 초안을 두고 양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위트코프 특사와 우샤코프 보좌관 간의 통화를 두고 "우크라이나에 수용하라고 압박을 가한 28개 조항 평화안의 기원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짚었다.

이번 통화 내용에 대한 우려는 미 공화당 내에서도 나왔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부차적인 일과 비밀 회동이 중단돼야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라며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임무를 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일반적인 것"이라며 위트코프 특사를 두둔했다.

그는 블룸버그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협상 담당자가 하는 일이 그것"이라며 그러한 접근이 "표준 협상 방식"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러시아와 미국 고위 인사의 통화 내용이 유출된 것이 양국 간 관계와 우크라이나 평화 노력을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우샤코프 보좌관은 녹취 출처에 대해 "모른다. 누군가 유출했고, 다른 사람들은 도청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행동은 전화로 어렵게 구축되고 있는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회복을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 인터뷰에서는 위트코프 특사와 대화 중 일부는 암호화된 정부 보안 채널을 통해 이뤄졌다면서 "양측 중 한쪽이 고의로 하지 않는 이상 도청이나 유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왓츠앱으로 한 특정 대화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이는 누군가 어떻게든 들을 수 있다"면서도 "대화 참여자가 스스로 내용을 유출할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보도를 토대로 위트코프 특사를 해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상황에 대해 "진행 중인 평화 해결 노력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일부 언론이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하이브리드 전쟁'에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는 이런 자료 유출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우리는 파트너들과의 합의 범위 안에서 투명한 논리와 동맹국들에 명확히 이해되는 레드라인을 갖고 직접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식 문서와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구분하는 게 우리에게 중요하다"며 "현재 미국 행정부가 제안한 평화안에 대한 입장이 있으며, 우리는 이 문제를 미국·유럽 파트너들과 여러 협의 채널을 통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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