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상호왕래 계기 무역합의 마무리 관측…공급망·기술분야도 접점찾나
▶ 중동 평화체제 이어 핵군축까지 나아갈까…대만·북한 문제 다뤄질지 주목
▶ 국내정치적 도전에 ‘전략적협력’ 공감한듯…미중 근본적 갈등구도는 엄존
▶ 트럼프, 日총리 대만발언 따른 중일갈등 언급 안해…美동맹들에 시사점

지난 10월 부산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중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 외교'가 가시화하면서 국제 정세가 커다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 이후 자신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시 주석의 내년중 답방을 초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에 대한 중국 측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지만, 시 주석의 긍정적 반응 아래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나온 것일 수 있어 보인다.
물론 두 정상의 상호방문에는 미중관계의 '순항' 내지 '관리'라는 전제가 성립해야 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연방 상·하원 의원 등 선출)를 앞두고 미국 안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쉬운 반중 기조가 강해지고, 그로 인해 양국 갈등이 심화하는 경우 등 변수는 산재해 있다고 봐야 한다.
만약 '암초'들을 넘어 미중 두 정상의 같은 해 상호 방문이 성사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깊은 데다, 그 영향은 양자 외교 차원을 넘어선다.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양강(G2) 관계인 만큼 글로벌 패권의 향배가 달렸을 뿐 아니라, 국제 정치와 경제, 그리고 안보 분야의 굵직한 이슈가 두 '스트롱맨'의 담판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큰 그림'이라는 표현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자신과 시 주석의 방중·방미 계획을 밝힌 트루스 소셜 글에서 "이제 우리는 큰 그림(big picture)에 시선을 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는 시 주석까지 포함한 주어로 읽힌다.
두 정상이 마주 앉았던 "3주일 전 한국에서 있었던 매우 성공적인 회담의 후속"으로 이날 전화 통화가 이뤄졌으며, 당시 양측의 펜타닐, 대두, 희토류, 반도체 등에 대한 합의가 이행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 아래 보다 큰 틀의 합의를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시 주석이 "중국과 미국이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合則兩利)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鬪則俱傷)는 것은 실천을 통해 반복 증명된 상식으로, 중미의 상호성취·공동번영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현실"이라면서 "협력 리스트를 늘리고 문제 리스트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측면으로 미뤄 두 정상이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양국의 첨예한 갈등 요소들을 한 테이블에 올려 주고받는 '빅딜'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을 처음 거론했을 때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중이 관세 부과의 '연장전'을 거듭하는 무역 갈등이 그의 방문 시기에 맞춰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미중 무역합의가 최종 타결될 경우 주요 원자재 및 부품의 글로벌 공급망 문제,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첨단기술, 자국 기업을 겨냥한 상대국의 규제 등의 일괄 타결로 확대될 수 있다.
이 같은 경제 분야와 함께 안보 분야의 접점 모색도 관심사다. 인도·태평양 권역을 중심으로 미중의 군사적 긴장감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양측 모두 타격이 불가피한 무력 충돌로 치닫기 전에 '가드레일'(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한 '평화 프레임워크'를 시 주석과 공유했으며, 시 주석은 이에 "공평하고 항구적이며 구속력 있는 평화 협정이 조기에 체결"되기를 바란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러시아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에서 이란까지 이어지는 중동,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위협 강도를 높여가는 남미 국가들도 사실상 미중의 영향력이 작용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각 지역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패권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중국을 향해 여러차례 강조한 '핵 군축'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한·미·일의 공통 관심사인 북핵 문제와 중국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만 문제를 양측이 어떤 식으로 다루느냐는 한국의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두 정상이 지난달 부산에 이어 내년 중 중국과 미국에서 마주 앉게 되는 배경에는 양측의 극한 갈등이 지속되는 게 국내 정치적으로 결코 이롭지 않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공화당의 재집권, 그리고 시 주석에게 필요한 사회적 안정을 위해 일단 서로 손을 잡는 '전략적 협력'으로 읽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업 및 농가들의 지지, 국내 물가의 안정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시 주석 역시 실업률 증가, 부동산 경기 침체, 수출 감소 등 경제적 어려움이 사회·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려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
물론 이처럼 서로의 필요에 의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더라도, 경제·군사적 패권을 추구하다 보면 충돌 지점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양국의 근본적·구조적 갈등 구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불가피하다.
한편, 미중이 내년 두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관계의 '새판짜기'에 성공하고, 그에 따라 한반도가 위치한 동북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세가 안정화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중국이 '트럼프의 묵인' 하에 아태지역에서 영향력을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G2'(미국과 중국)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미중 정상외교를 통해 중국의 '지역 패권'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것은 미국에 안보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는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에게 새로운 전략 수립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도 예의주시해야할 대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시 주석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한 SNS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최근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둘러싼 중일 갈등과, 일본에 대한 중국의 압박 조치 등에 대해 일절 거론하지 않은 점은 주목할 지점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