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말의 위력
2025-11-18 (화) 12:00:00
박영실 시인·수필가
언어는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는 기준 중 하나다.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그 사람의 품격과 가치관을 가늠할 수 있다. 전문가에 의하면 사람이 구사하는 언어의 세 마디를 보면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내 가치를 전달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어느 단체에서 구성원들을 평가하는 항목에 말을 잘하는 사람과 말을 잘 경청하는 사람에 대해 설문 조사를 했다. 놀랍게도 두 항목에서 1위가 동일 인물이었다. 조사 결과, 말을 잘하는 화자는 청자의 말을 잘 경청하는 태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말은 화자의 전 인격을 담고 있는 영혼의 거울이다. 혹자는 “말은 그 사람을 표현하고 글은 그 사람을 규정한다.”고 했다. 언어는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내재 되어 있는 결합체이다. 내면의 우물에서 길어 올리는 숨길 수 없는 그 사람의 실체다. 아울러, 자신의 인격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전혀 가공되지 않은 모습이 언어를 통해 드러난다.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는 그 사람의 심리, 정서, 세계관을 담고 있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라고 정의했다.
말의 위력은 놀랍다.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인격체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가 신음하며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흉기가 될 수도 있다. 몇 년 전에 필자는 의학 다큐멘터리에서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에 있는 나무를 연구한 결과를 보았다. 연구 대상이 된 나무를 저주하고 홀대했을 때 열매를 맺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그 나무 주위에 있는 다른 나무에는 사랑한다는 말과 축복의 말을 했다. 그 결과, 그 나무는 나뭇잎이 무성하고 열매를 풍성하게 맺었다. 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이 누군가의 삶을 세울 수도 있고 파괴할 수도 있다.
언젠가 공영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대법원 앞에서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했다. 대한민국 법조인들이 1순위로 뽑는 인생 헌법 1조 1항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법조인 대부분이 그 질문에 공통으로 지목한 헌법 조항이 있었다. 대한민국 헌법 10조에 제시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중략)”는 조항이었다. 사람은 모두 존중받을 가치가 있도록 창조되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해 타인의 정원에 독설로 잡초를 자라게 할 권한이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점검하면 어떨까. 외부에서 침입하는 바이러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사람들의 내면에서 표출되는 언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점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내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이 모여 나의 언어가 되고 인격과 품격이 되고 삶의 결정체가 된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타인이 나를 결정하고 규정하는 요인이 된다. 나의 말이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최적의 언어인지 돌아볼 일이다. 내가 부지불식간에 타인에게 말로 상처를 주었다면 화해와 치유의 연고를 발라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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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실 시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