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장동 항소포기 후폭풍…檢 ‘노만석 총장대행 책임론’ 확산

2025-11-10 (월) 09:39:19
크게 작게

▶ 대검 부장·과장·연구관들 ‘사퇴’ 건의…전국 검사장·지청장들 집단성명도

대장동 항소포기 후폭풍…檢 ‘노만석 총장대행 책임론’ 확산

(서울=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5.11.10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사법연수원 29기·대검 차장)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평검사로 구성된 대검찰청 연구관들에 이어 참모진인 대검 부장(검사장급) 사이에서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선 검사장 18명이 집단으로 입장문을 내고 경위 설명을 요구했고, 고참 지청장 8명도 성명을 냈다. 검사 교육을 맡은 법무연수원 교수들도 동참했다.

연수원 30∼33기인 대검 부장들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노 대행과 오전 회의에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일부 부장은 노 대행에게 직접 사퇴를 권하기도 했다. 다만 거취 문제와 관련해선 회의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장검사급인 대검 과장들도 노 대행을 찾아가 구체적 경위 설명과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고 한다.

대검 소속 검찰연구관들도 이날 오전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설명을 요구하고 거취 표명을 포함한 책임을 다해달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전달했다.

대검 소속 연수원 39기 이하 검찰연구관들은 입장문에서 "이번 결정에 대한 차장님의 공식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차장님 책임 하에 '중앙지검과 협의하고,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해 최종 결정을 했다고 표명하셨지만 수사팀, 중앙지검, 법무부에서 각각 밝힌 입장과 사실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앙지검 수사팀의 항소 의견을 승인하지 않은 이유, 중앙지검 및 법무부 사이에 이뤄진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이번 항소포기 결정은 검찰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 공소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에 거취 표명을 포함한 합당한 책임을 다하시기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대검 소속 검찰연구관은 대검 각 부별로 기능에 따른 검찰 제도 운용과 정책 집행에 관한 연구·검토를 하는 검사들이다. 대검 부장부터 과장, 연구관까지 모두 나서 수장을 향해 거취 표명을 거론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노 대행은 연구관 1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해명하면서 "용산과 법무부의 관계, 검찰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했다", "나도 힘들었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다만 이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이야기하면서 가볍게 한 언급으로, 공식적으로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는 취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검사장과 지청장들도 이날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노 대행과 연수원 동기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박영빈 인천지검장 등 검사장 18명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입장문에서 "일선 검찰청의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내고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신임검사 교육담당 교수 일동도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찰총장 권한대행께서 항소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사퇴보다는 구체적 경위 설명이 우선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사장은 "정말로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사퇴 여부보다 훨씬 큰 문제"라며 "단순히 사직으로 끝내겠다는 것은 절대로 안 되고 경위를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 민간업자들인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시한인 7일 밤 12시까지 항소하지 않았다.

대장동 사업은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시작했으며, 추진 도중 남씨가 불법 로비 혐의로 구속돼 한계에 봉착하자 대외 로비에 역점을 두고 영입한 기자 출신 김만배씨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이 유 전 본부장과 결탁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게 1심 판단이다. 남 변호사는 대학 과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를 성남도개공에 팀장으로 입사시켜 '내부자'로 만들었고 이들은 손발을 맞춰 비리를 저질렀다. 1심에선 징역형으로 유 전 본부장·김씨 8년, 남 변호사 4년, 정 회계사 5년, 정 변호사 6년이 나왔다.

중앙지검은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을 놓고 기존 업무처리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법무부 의견을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지휘부 판단에 법무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면서 노 대행은 물론 정성호 장관도 해명에 나섰으나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노 대행은 전날 입장문을 내 항소 포기 결정 과정을 설명하면서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 대행과 연수원 동기로,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중앙지검장은 별도 입장문에서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반박했다.

정 장관은 이날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문답)에서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검 지침 제시 여부와 관련해선 "다양한 보고를 받지만, 지침을 준 바는 없다. 여러가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표현을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