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급심 진행되는 동안 정책유지 결정…시민단체 “성소수자 권리 침해” 반발

미국 여권[로이터]
보수 우위의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권에 표시되는 성별을 생물학적 성인 남성과 여성으로만 제한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일단 손을 들어줬다.
6일 NBC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여권 소지자의 성별을 남성과 여성의 두 종류로만 제한하는 정책이 하급심에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유지된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여권 소지자의 출생 시 성별을 표시하는 것은 출생국을 명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등보호 원칙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두 경우 모두 정부가 특정인을 차별 대우에 노출시키지 않고서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을 적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공식적으로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성별만을 인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성소수자 권익 증진을 위해 제3의 성별 정체성을 폭넓게 인정했던 정책을 폐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정부기관들은 '젠더'(gender·성 정체성)가 아닌 '섹스'(Sex·성별)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고, 여권 등 공식 서류에 남성과 여성 외 제3의 성별 정체성을 기재할 수 있도록 한 선택지를 삭제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연방 지방법원은 정책 변경으로 영향 받게 된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에게 제3의 성별 정체성인 'X'가 기재된 여권 발급을 재개하라고 국무부에 명령했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가 이의를 제기했고, 항소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법무부는 연방대법원에 긴급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번 결정에서 3명의 진보성향 연방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정부는 적법성이 의심스러운 새 정책을 즉각 시행하려 하는데 이 정책의 시행이 중단될 경우 정부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반면에 "정책이 시행되면 원고들이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환영했지만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세상에는 두 가지 성별이 있다"면서 "우리 (법무부 소속) 변호사들은 그 단순한 진실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ACLU의 존 데이비슨 변호사는 이번 결정이 "모든 이가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가슴 아픈 좌절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트랜스젠더와 그들의 헌법적 권리들을 상대로 불을 지른 것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