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톨릭신자 밴스 부통령, ‘힌두교 아내 개종희망’ 발언 논란

2025-11-02 (일) 05: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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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리 커크 추모 ‘터닝포인트USA’ 미시시피대 행사서 발언

▶ 최근 이민 단속 강화와 맞물려 인도계 미국인들 우려

가톨릭신자 밴스 부통령, ‘힌두교 아내 개종희망’ 발언 논란

2025년 10월 29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JD 밴스(왼쪽) 부통령과 그 부인 우샤 밴스(오른쪽)가 전용기 에어 포스 투에 탑승하고 있다. 이들은 미시시피대에서 열릴 보수 청년학생 단체 ‘터닝 포인트 USA’ 주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에 탑승했다. [로이터]

가톨릭 신자인 JD 밴스(41) 부통령이 힌두교인인 아내 우샤 밴스(39)도 언젠가는 가톨릭으로 개종하기를 희망한다는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미시시피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하면서 "교회에서 내 마음을 움직였던 것과 똑같은 것에 의해 결국은 그녀의 마음도 움직이기를 바라느냐는 말이냐"며 "그렇다. 솔직히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리스도교의 복음을 믿기 때문이다. 결국 내 아내도 똑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수 청년학생 단체 '터닝 포인트 USA'가 주최한 이 집회는 올해 9월 암살당한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행사로, 숨진 남편의 뒤를 이어 이 단체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에리카 커크(36)가 무대에 나와 밴스 부통령을 맞았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 기사에서 밴스 부통령의 이번 발언이 아내의 종교적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는 비판이 다양한 정치 성향의 인도인들과 인도계 미국인들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인사들은 공격적인 이민 단속으로 많은 남아시아계 미국인과 비(非)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미국 사회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시점에 밴스 부통령이 '힌두교는 열등하다'는 인상을 주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보수적 그리스도교 단체들을 반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남아시아계 공동체 일각에서 느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힌두계 미국인 재단'(HAF) 대표인 수하그 슈클라는 밴스의 발언이 "'내 아내의 이런 면은 불만'이라고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NYT에 말했다.

슈클라 대표는 밴스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부통령이지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면서 "(힌두계 미국인) 공동체에 불안감이 있는데 이번 발언은 그런 두려움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우샤 밴스는 남편의 발언이나 이번 논란에 대해 공개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밴스 부통령은 발언 이틀 후인 지난달 31일 그의 발언을 비판한 게시물에 대해 답글을 달면서 자신에 대한 공격이 "구역질 난다"며 "반(反)기독교적 편견'으로 가득한 것이라고 거친 어조로 반박했다.


그는 아내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놀라운 축복"이라며 우샤 밴스가 가톨릭으로 개종하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를 "계속 사랑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나 교파가 다른 부부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파트너가 개종하기를 희망하는 일이 드물지 않으며, 구원을 받으려면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밴스가 속한 로마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다.

밴스는 복음주의 개신교를 느슨하게 믿는 집안에서 자랐으며 "분노하는 무신론자" 단계를 거쳐 가톨릭 신자가 됐다고 밝혀 왔다.

그의 종교적 신념은 정치 노선에도 반영돼 전통적 가족 원리, 사회적 보수주의, 경제적 포퓰리즘에 대한 강조로 드러나고 있다.

부인 우샤 밴스는 부모가 인도 출신 이민자인 힌두교 가정에서 자랐다.

밴스 부부는 자녀 3명을 가톨릭 학교에 보냈으나 세례를 받을지 여부는 자녀 본인들에 맡겼다.

다만, 인도계 미국인 중에서도 밴스 부통령의 발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우샤 밴스의 부모가 가끔 출석하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 힌두교 사원 '슈리 만디르'의 회장인 라미 레디 무턀라는 "성인들이니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서 "강요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나도 내 아이들을 억지로 힌두교로 개종시킬 수는 없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공화당 지지자이긴 하지만 군주처럼 행동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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