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미 관세협상 타결에 ‘핵잠 승인’까지…中·日과도 우호관계 정립
▶ ‘경주선언’ 도출로 리더십 증명…美中 휴전에 ‘가교국가’ 가능성 증명
▶ 관세 ‘디테일’ 숙제…주변 ‘돌발변수’ 관리하며 북미대화 추동도 과제
![[APEC결산] ‘최대 관문’ 통과한 李대통령…실용외교 심화 단계로 [APEC결산] ‘최대 관문’ 통과한 李대통령…실용외교 심화 단계로](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11/01/20251101171341691.jpg)
이재명 대통령이 29일(한국시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북 경주박물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관문'으로 여겨지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장기화하는 한미 관세협상, 고조되는 미중 갈등 등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커지던 상황에서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맞이한 이 대통령은 양자·다자외교 모두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지형 속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흔들리는 세계무역 질서를 비롯해 근본적인 대외 환경 자체가 녹록지 않은 만큼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의 국익을 최대한 지켜내기 위한 '실용외교의 심화'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이 통과한 최대 시험대였다.
관세협상의 장기화 속에 자칫 '빈손 회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국이 회담 직전 극적으로 '연간 최대 200억달러 분할 투자'에 합의하면서 오래된 숙제를 해결하고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데 성공했다.
관세협상 타결로 '안보 패키지' 합의 역시 곧 문서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취임 5개월 만에 비로소 한미동맹도 제 궤도로 돌려놓았다 할 수 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핵추진 잠수함'을 의제로 꺼내 승인을 얻어냄으로써 안보와 관련한 숙원 하나를 해결했다.
끝까지 '상업적 합리성' 원칙을 고수하고 상대의 필요를 꿰뚫는 의제를 선정하는 등 이 대통령의 외교적 역량도 이런 성과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각각 처음 대좌한 한중·한일 정상회담도 우호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1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호혜적이고 안정적으로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여전히 한국에 있어 중국이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 중요한 파트너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참한다'는 의심을 누그러뜨리겠다는 목표를 일단 달성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선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총리와도 교류·협력을 이어가기로 하고 '셔틀 외교' 역시 지속하는 데 합의했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기본 축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기본 구도를 APEC 정상회의 계기로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본무대'인 APEC 정상회의에서는 '경주 선언'을 조율해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외교적 리더십을 입증했다.
APEC 최초의 인공지능(AI) 공동선언인 'AI 이니셔티브'와 '인구구조 변화 대응 프레임워크'의 채택을 이끈 것도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는 외교적 역량을 보인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엔비디아로부터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개를 확보하고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90억 달러(약 13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경제 외교'에도 박차를 가했다.
전 세계의 관심을 끈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그간의 '치킨게임'을 멈추고 일단 휴전한 것도 '가교 국가' 혹은 '플랫폼 외교국'이 되겠다는 이 대통령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엿보인 성과로 꼽힌다.
다만 이런 성과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미국과의 관세·안보 협상은 마무리됐지만 아직 양해각서(MOU)와 팩트시트 문구를 다듬는 작업은 진행 중인 만큼 국익이 침해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디테일'을 점검해야 한다.
협상 결과에 따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긴장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협상 자체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자국중심주의 회귀라는 변화된 경제·안보 환경의 결과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에 격변하는 국제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한국의 안보를 더 튼튼히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한미동맹을 현대화하는 것이 앞으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중·한일관계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승인한 직후 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언급한 데서 보이듯, 중국은 앞으로도 한미의 밀착을 의구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것으로 관측된다.
일시 휴전한 미중 갈등이 다시 격화할 경우 한국을 향해 '어느 편이냐'고 묻는 압박도 노골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다카이치 총리가 자국 내 지지 기반을 의식한 강경 행보를 재개한다면 오랜 뇌관인 과거사 문제가 협력의 걸림돌로 재부상할 가능성 역시 없지 않다.
따라서 이번 연쇄 정상외교를 계기로 마련한 실용외교의 기본 틀 안에서 돌발 변수들을 면밀히 관리, 외줄 타기를 하듯 무게중심을 찾아 균형을 잡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불발된 북미 대화를 다시 추동하며 '페이스메이커론'의 유효성을 증명하는 것도 이 대통령의 중요한 숙제다.
국내적으로는 가파른 여야 대립 구도 속에 정쟁으로 인해 외교 행보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초당적 지지를 끌어내는 일도 과제로 꼽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