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상무부 “네덜란드 부당 간섭에 공급망 혼란…어려운 기업들 연락 환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한국시간)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2025.10.30 [연합뉴스]
네덜란드 정부가 반도체기업 넥스페리아 경영권을 박탈하자 '수출 금지' 카드를 꺼내 공급 대란 우려를 낳았던 중국 정부가 미중 정상의 무역전쟁 확전 자제 합의에 발맞춰 '수출 허가'로 입장을 선회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넥스페리아 반도체 문제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이 있었다며 "우리는 기업의 실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건에 부합하는 수출(신청)에 면제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네덜란드 정부의 기업 내부 사무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현재 글로벌 산업·공급망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이라며 네덜란드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책임 지는 대국으로서 국내·국제적 산업·공급망의 안전과 안정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며 "실제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이 상무부 혹은 지방 상무 주관 부문에 연락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안은 올해 초부터 고율 관세와 수출 통제 조치를 주고받은 미중 갈등이 네덜란드로 번진 경우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9월 29일 수출 통제 대상 기업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도 수출통제를 적용받도록 하는 규정을 새로 발표했다. 이는 중국 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활용해 미국 규제를 우회하던 '구멍'을 메운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정책 발표 다음 날 중국 기업 윙테크의 네덜란드 자회사 넥스페리아에 대해 자산·지식재산권을 동결하고 경영권을 박탈하는 등 조처를 했다.
넥스페리아는 현대자동차와 폴크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등 완성차 기업에 쓰이는 범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중국 최대 스마트폰 조립업체인 윙테크가 2019년 36억달러를 들여 인수해 운영해왔다. 넥스페리아의 생산 대부분은 중국 내 공장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정부의 넥스페리아 경영권 박탈 명분은 미국의 통상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중국 윙테크로 넥스페리아의 핵심 기술이 이전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넥스페리아의 중국 내 생산공장과 하청업체들의 제품 수출을 금지한다고 맞섰고, 넥스페리아 차이나는 네덜란드 본사 지시를 거부하기로 했다.
넥스페리아 제품의 80%가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중국 당국의 수출 금지 조치가 장기화하면 자동차 업계에 넥스페리아가 생산해온 다이오드·트랜지스터용 반도체 공급난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합의로 미국과 중국이 '지분 50%' 규칙 등 일부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하면서 네덜란드 정부의 넥스페리아 개입 문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헤나 비르쿠넨 EU 기술주권·안보·민주주의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전날 넥스페리아와 화상 회의를 한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나는 이 자리에서 외교적인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우리는 공급망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단기 대책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