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레이 정권, 하원 ⅓ 확보 총력…야권은 의제 주도권 탈환·사수 기대
아르헨티나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상·하원 의원 선거가 26일(현지시간) 치러진다.
선거 결과에 따라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밀레이 대통령의 4년 임기 중 남은 2년간 국정 운영 향배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경제난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와 미국 간 새로운 동맹 관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주목된다.
25일 아르헨티나 선거당국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상원의원 24명(전체 72명의 ⅓)과 하원의원 127명(전체 257명 중 약 절반)을 선출한다.
관전 포인트는 집권 여당인 자유전진당이 하원에서 최소 ⅓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다. 이는 야권의 입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결선'에 해당한다.
'카스타'(기성 정치인 혹은 기득권) 심판을 기치로 혜성같이 등장한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12월 집권 후 전기톱 개혁으로 일컬어지는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통해 물가지수를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으나, 반대급부로 서민과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한 합의 없는 희생을 요구하면서 큰 저항에 직면해 있다.
이에 더해 밀레이 대통령의 밈코인 홍보 스캔들, 대통령 동생이자 정권 실세인 카리나 밀레이 대통령 비서실장의 비위 의혹, 대통령 측근의 마약 밀매 연루 논란 등까지 겹치면서, 유권자의 40%를 차지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의 최근 지방선거에서 여당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곧바로 시장 불안으로 이어졌고, 잠재적 손실을 방어하기 위한 이들의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환율 불안정을 초래한 상황이다.
궁지에 몰린 밀레이 대통령에게 동아줄을 내민 건 그와 정치 성향이 유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200억 달러(28조7천억원 상당) 규모 통화 스와프와 또 다른 200억 달러 규모 펀드 조성 같은 금융·재정 지원안을 내밀면서 특이하게도 '선거에서 여당이 지면 없던 일'이라는 취지의 조건을 달았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모니카 드볼 수석 연구원은 영국 BBC방송 스페인어판(BBC문도)에 "트럼프 행정부가 아르헨티나를 통해 남미 내 중국의 매우 강력한 존재감을 희석하려 한다"며 "천연가스와 리튬 같은 핵심 광물이 매장된 아르헨티나에 대해 미국은 자국 이익 관철을 위해 더 공격적으로 협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아르헨티나 좌파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포퓰리즘 성향 정치 이념) 세력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의제 주도권을 공고히 하는 한편 의회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현지 일간 라나시온은 "2027년 대선에 대비해 경쟁력 있는 다양한 인물군을 조직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게 야권의 목표"라고 전했다.
여론조사 흐름으로는 여당이 열세인 판도가 감지되는 가운데 결과는 안갯속이다.
2023년 대선을 비롯해 최근 각종 선거에서는 언론사 또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예상에서 벗어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AFP 통신은 "아르헨티나 여당의 이른바 ⅓ 목표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며 "이는 밀레이 정당이 중도우파 동맹과 연대를 꾀해야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