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현재 전선 동결’ 전제에 러시아 거부…돈바스 통제권 재차 주장
▶ 젤렌스키 “트럼프가 토마호크 지원 미뤄서…러 무관심해진 탓” 주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휴전 관련 회담이 돌연 보류된 것은 러시아가 미국의 휴전안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주요 매체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20일 "생산적 통화"를 했으나 당초 23일 헝가리에서 열릴 전망이던 미러 외교장관 회담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무산된 미러 외교장관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에 "약 2주 안에 열릴 것"이라고 했던 미러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앞으로 열릴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고 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외교장관 회담이 무산되면서 정상회담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에 푸틴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연기할 수는 없다"며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 날짜에 대해서도 러시아 측이 아는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20일 루비오 장관과 통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즉각적인 휴전은 단 한 가지를 의미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대부분이 계속 나치 통치를 받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 전선을 동결하는 것을 기본으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과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 측의 입장을 러시아가 받아들일 뜻이 전혀 없음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권이 들어서도록 정권 교체를 추진할 것이라는 의지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주말에 미국에 비공개 코뮈니케를 보내 자국이 원하는 강화 조건을 전달했으며, 여기에는 '돈바스'라고 묶여서 불리는 도네츠크·루한스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 2개 주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현재 러시아는 루한스크주 전체와 도네츠크주의 75%를 점령하고 있다.
한 유럽 고위 외교관은 루비오-라브로프 회담이 보류된 데 대해 "러시아 측이 너무 많은 것을 원했기 때문에 부다페스트에서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트럼프가 합의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 미국 측에 명백해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을 로이터에 내놨다.
다른 유럽 고위 외교관은 "(러시아 측이) 입장을 전혀 바꾸지 않았고 '현재 위치에서 멈추기'에 합의하지 않고 있다"며 "내가 짐작하기로는 라브로프가 똑같은 장광설을 늘어놨을 것이고 루비오는 '다음에 보세'라고 얘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 정례 대국민 영상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러시아 측이 외교를 통한 해결에 무관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의 장거리 (공격) 역량의 문제가 덜 시급하게 되자, 외교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은 거의 즉각적으로 사라졌다"며 "바로 이 문제,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는 우리의 역량 문제야말로 평화로 가는 필수불가결한 열쇠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원거리 공격 범위가 커질수록 전쟁을 끝내려는 러시아의 의향도 커진다. 최근 몇 주간 이런 점이 재확인됐다. 토마호크에 대한 논의는 외교에 대한 중요한 투자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러시아는 토마호크야말로 자신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카드라는 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직접투자 펀드(RDIF) 최고경영자(CEO)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미국-러시아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